[이슈앤인물]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경제관, 공정한 시스템 인식의 첫 걸음”

입력 2023-08-24 13:32수정 2023-08-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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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장관 역임…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지내
올해 초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맡아…“창의적인 사람 제대로 보상받아야”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만발하면 국가 전체적인 활력이 위축될 수 있다.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공정한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해시키는 게 경제교육의 큰 의미다”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이 이달 10일 서울 성동구 경제교육단체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재완<사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늘 따른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공부하는 국회의원’으로,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왕의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10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과 교수·국정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 초 활동 반경을 경제교육으로 넓혔다.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려면 경제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달 10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경제교육단체협의회 집무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경제 과목 선택자가 1.5%에 그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지대추구 몰두, 불공정한 시스템에서 비롯…시장경제 순·역기능 이해 필요”

박 회장은 경제 교육을 사회 인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았다.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인식이 조성되려면 경제 교육을 기반으로 한 경제관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부민안국(富民安國)으로 안착하려면, 집합적 인적 역량 향상(필요조건), 기여·보상이 부합하는 공정한 사회경제시스템 구축(충분조건)이 절실하다”며 “노력·창의와 무관한 불로소득이나 요행을 바라는 심리의 확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잠재력·소질·창의력 계발과 함께 부지런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공정한 시스템에 대해서 “취업을 했다가 오히려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던가, 유치원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다든가, ‘인술’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보상이 고급 양복 수선보다 못하다거나 그렇게 되면 시스템적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평상시 경제 개념을 갖춰야 포퓰리즘 정책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인이 왜 그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도를 만들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철학이 강하게 투영돼 왜곡된 시스템이 나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을 올리면 안 된다는 등 여러 사안이 결국 가격 기제 자체를 왜곡시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시장에만 맡겨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가가 개입을 너무 많이 하면서 드러나는 왜곡된 시스템도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이 이달 10일 서울 성동구 경제교육단체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현 금융감독체계 기틀 마련…“규제 강화 능사 아냐, 정부 간섭 범위가 늘어날 뿐”

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을 맡았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축이 된 금융감독체계의 기틀을 만들었다. 당시 옛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전신)의 감독정책기능과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기능을 통합해 현재 금융위를 만들고, 금융감독원을 분리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 중복, 시장 감시 기능을 갖춘 별도 컨트롤타워 필요성 등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박 회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조직 개편이나 설계는 정답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어떤 조직의 경로의존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를 하기는 어렵다”며 “검·경 시스템, 회계검사 시스템에서의 내부·외부 감사 등 어떤 기능을 봐도 중첩은 불가피하다. 중첩을 회피하고 중첩없이 깔끔하게 한다는 것은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을 관장하는 기관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물론 중첩이 너무 심해져서 비효율이 극대화된다면 안된다. 현재는 어느 정도 중첩은 있지만 나름대로 관장 상황이 구분돼 있는 거 아닌가,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중첩성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협회, 전신 전경련과는 다를 것…민간영역 싱크탱크 역할 기대”

박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박 회장은 한경협에 흡수된 한국경제연구원 이사로서 한경연 해산 및 한경협 준비 과정을 지켜봤다.

박 회장은 “전경련과는 성격이 달라서 싱크탱크 쪽으로 많은 정책 건의를 하는, 국민의 의식 교육 등 캠페인 쪽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은 물론 민간 쪽에도 제대로 된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일부 시민단체가 갖고 있는 싱크탱크는 너무 정치적으로 경도돼 있다”며 “한경협이 중도 우파의 성격을 가진 기관이기는 하겠지만 싱크탱크를 강화하는 거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장관 시절 만든 중장기전략위 위원장으로…“정부 부처 ‘기획’ 기능 중요”

박 회장은 최근 기획재정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중장기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는 박 회장이 기재부 장관 시절에 만든 조직이다. 정부 부처가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박 회장의 기치에서 구성된 회의체다. 과거 재정경제부 부처명을 기획재정부로 변경한 것도 기획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재부 영문명에 ‘Strategy(계획 수립)’를 썼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재부는 2018년 영문명에 ‘Strategy’를 빼고 ‘Economy(경제)’를 반영했다.

박 회장은 “공무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근시안적으로 일하면 허덕이고,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느라 소탐대실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략위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간사회의만 열었고, 전체회의는 개최하지 못한 상황이라 구체적 언급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산업·인재·국가안전망·국가 거버넌스 등 4개 분야에 걸쳐 혁신의 동력을 높이고 융합·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0년 전 기재부 장관 시절 당시 경제 상황을 ‘소금 짐 진 당나귀가 물살 빠른 강 건너듯’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경제가 희망의 불씨를 삼을 국내외 상황을 물었다.

박 회장은 “부민안국의 필요충분조건인 인적 역량 향상과 공정한 시스템 확립이 시급하다”며 “공교육의 자율·책임 복원, 노동 시장 역동성·투명성 제고, 지속 가능한 복지(연금) 구축, 민간 활력을 위축시키는 보모(保姆)국가 탈피, 기득권 카르텔을 깨는 규제개혁, 대중 영합 정치에서 벗어난 재정규율 확립 등을 천명한 새 정부 구조개혁 노력의 결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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