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바이오 품은 ‘제약산업’,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

입력 2023-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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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CAR-T·mRNA 등 혁신기술 기반 ‘제약’ 범위 확대 가속화

제약산업이 ‘디지털’과 ‘바이오’를 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질병을 치료·관리하는 ‘약’의 범위가 생명공학·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새롭게 확장되며 제약산업의 변화와 혁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다양해지는 신약개발 방식…새로운 접근법 주목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을 개발하는 방식이 저분자화학물(small molecules)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암학회(AACR)의 경우 저분자화학물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CAR-T),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치료제 개발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신규 모달리티 개발은 증가하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에 따르면 2023년 혁신 신약의 국내 파이프라인은 약 1650건이다. 이 중 저분자화합물 40%(665건), 유전자치료제 11%(180건), 항체 9%(143건), 재조합단백질 7%(121건), 세포치료제 7%(112건), 천연물 7%(103건), 펩타이드 4%(72건), 약물결합체 4%(64건), 엑소좀 4%(59건), 기타 3%(44건) 등 다양한 유형의 신약개발이 이뤄진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접근법을 활용해 약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계열의 약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약을 만드는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저분자화학물은 물론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도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SK케미칼)

인공지능 접목한 신약개발…시장도 급성장 전망

첨단기술이 제약산업과 융합하면서 디지털전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다. 통상 신약개발은 약 10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1조 원 이상의 임상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질환별 맞춤형 약물 개발을 가속화해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의 긴급한 상황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도 AI가 활약했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는 AI 시스템을 활용해 통상 10여 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약 10개월여만에 이뤄냈다.

해외 주요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AI 활용을 위한 독자적인 연구시설을 세우거나, AI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5.7%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350만 달러(약 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적극적이다. 유한양행, SK케미칼, 대웅제약, JW중외제약, GC녹십자, 삼진제약 등은 AI 전담부서를 설치해 자체적인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AI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52개 기업에서 총 88건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민‧관 협력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 등 주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전략에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K-MELLODDY 프로젝트)을 포함시켰다. K-멜로디 프로젝트는 여러 기업‧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지 않고 AI를 학습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에서도 작년까지 이와 유사한 ‘EU-멜로디’ 사업이 진행됐다. 이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민감 데이터의 협력이라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K-멜로디 사업은 내년부터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으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AI 신약개발 전문가들은 K-멜로디가 기존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고, 국내 제약산업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웅제약)

디지털전환 속도내는 K제약바이오…정부도 힘싣는다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생산부문에서도 첨단기술 도입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로 구분하던 의약품 제조·생산 시스템을 하나로 융합해 일원화하는 의약품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uality by Design, QbD) 도입이 그 중 하나다. 의약품 개발에서 시판 후까지 전주기에 적용되는 품질관리 체계를 적용, 실시간으로 제품 특성에 맞는 최적의 품질관리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공장(Smart Factory) 구축도 늘고 있다. 스마트공장은 단순히 공정을 자동화한 로봇 공장이 아니다. 이는 빅데이터, 가상화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이다.

특히 스마트공장은 제조에 관련된 물류 조달, 제조·생산, 포장 등과 같은 각각 단위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연결·수집·분석한다. 따라서 전체 공정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자동화가 이뤄지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02개 사를 대상으로 QbD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약 37% 기업이 QbD 도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49개 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 현황을 조사한 설문에서는 약 80%가 스마트공장을 구축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제약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기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개의 첨단전략산업에 바이오를 추가했다. 또 7월에는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산업을 포함시켜, 바이오의약품 관련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세액공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제약업계는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지속적인 고용창출과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생명공학, IT 등과 융합해 전에 없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방위적인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통해 국가 경제와 국민건강을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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