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금융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 그만

입력 2023-08-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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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터지면,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비슷한 대책을 세우고. 금융권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해마다 반복되는 행태다.

최근 우후죽순 터지는 은행권의 금융 사고를 바라보면 과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지속적으로 만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왔고, 은행들도 시스템 혁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발생해서는 안될 대형 사건·사고는 자고 일어나면 경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장들을 긴급 호출했다. 이 자리에서 이준수 금감원 은행ㆍ중소서민 부원장은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자체 점검할 것으로 요구했다. 그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일선 영업현장 구석구석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이사회와 경영진의 일관성 있는 역할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추진 중이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각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 범위를 사전에 나눠 확정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업무별로 책임 프로세스를 나눠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범주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당국의 경고를 받은 은행들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최근 직원의 562억 원 횡령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 혁신과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분석팀을 신설했다. 직원 수십 명이 고객 몰래 예금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된 DGB대구은행도 제도 보완을 통해 유사사례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개선의 움직임이 늘 사건 이후에만 반짝 이뤄진다는 점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만 치우쳐져 오히려 '예방'에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은행별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준을 높이고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다.

실제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사고 발생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 여부를 거론하고 압박하자 은행권에선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명령휴가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거론됐다. 명령휴가제란 현금을 다루는 직원 등 금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곳에 근무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불시 휴가를 내리고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사가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제도다.

명령휴가제가 당장 최선의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금융사고가 발생한 후 책임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예방책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지금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안을 논의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예방책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런 방안이 많이 나와야 한다.

매년 발생하는 금융사고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금융회사가 완벽하게 금융사고를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CEO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노력보다는 예방책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금융사고가 벌어진 후 사과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목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 금융당국도, 은행권도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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