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온몸으로 덮은 채...” 하와이 안타까운 사연들

입력 2023-08-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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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숨진 프랭클린 트레조스(68)와 같이 살던 골든리트리버종 반려견 샘(3). 출처=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로 숨진 희생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희생자들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6일 CNN방송과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 나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숨진 사연이 공개됐다. 이들의 유해는 10일 집 근처에 있는 불에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이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을 대표해 사랑하는 부모님인 파소-말루이 포누아 톤과 사랑하는 여동생 살로테 타카푸아, 그녀의 아들 토니 타카푸아에게 ‘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를 보낸다. 슬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NBC방송도 사랑하는 반려견을 구하려다 숨진 프랭클린 트레조스(68)의 사연을 전했다. 화재 당시 라하이나 밖에 거주하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나왔다가 생존한 주민 섀넌 웨버-보가르는 친구인 트레조스가 라하이나의 집에 있다가 결국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고 말했다.

웨버-보가르는 트레조스가 30년 전 웨버-보가르의 남편과 함께 일하다가 이들 부부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됐는데 특히 이들의 골든리트리버종 반려견 ‘샘’을 무척 사랑했다고 전했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화재 당시 트레조스와 웨버-보가르는 주변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탈출을 시도했지만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웨버-보가르는 창문을 깨고 나와 가까스로 몸을 피하면서 불길에 화상을 입었다. 웨버-보가르는 나중에 트레조스를 찾으러 현장에 돌아와 차 안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함께 숨진 반려견을 몸으로 덮고 있었다.

웨버-보가르는 “프랭크보다 샘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며 트레조스가 개를 보호하려다 숨진 것으로 추측했다. 웨버-보가르는 자신의 두 자녀가 트레조스를 ‘프랭크 삼촌’이라고 부르며 자랄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였다며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표현할 길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와 그 자회사 3곳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12일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거주하는 한 부부가 이들 전력 회사를 상대로 중과실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강풍이 마우이섬에 불어닥쳤을 때 송전선이 끊겨 날리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산불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목격자 인터뷰와 영상, 위성 사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6시 37분께 라하이나에서 끊어진 한 송전선이 건조한 풀밭에 떨어져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이 불꽃은 땅을 점차 검게 그을렸고 불길은 인근 마당으로 빠르게 번져갔다.

이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라하이나를 9시간 만에 집어삼킨 것이다. 이들은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라하이나에 화재가 시작되기 전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전력을 차단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강풍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임의로 전력을 차단하는 ‘공공안전 전력 차단’(PSPS)을 시행한다. 강풍으로 인해 나뭇가지 등이 전력선에 닿아 산불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조처로,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의 전력 회사들이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그 자회사가 일부 전신주와 전선이 넘어져 초목이나 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력을 끊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산불의 공식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10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현재 실종자만 1300명에 달하고 수색 지역 대상 지역 가운데 수색을 마친 곳이 4분의 1도 채 못 된다는 점에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와이주 당국 현지 관광객들에게 마우이 섬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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