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추락사’ 처리된 교사들…학교 측은 “왜 나한테 얘기하나”

입력 2023-08-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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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보도화면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초임교사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학교 측은 교육청에 교사들의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사’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MBC에 따르면 사망한 교사 유족 측은 사실 그대로 사망 경위서에 ‘극단적 선택’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가 이를 묵살한 탓에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 이영승 교사 유족 측은 2021년 12월 13일 이 씨의 순직 처리를 위해 학교에 연락을 취했다. MBC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경위서가 어떻게 보고가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는 유족 측의 질문에 교감은 “추락사 그 이상은 쓰지 못했어요. 원인을 알지 못하니까”라고 답한 내용이 담겼다.

유족이 “수정을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처남 유서가 발견됐다”고 요청하자 교감은 “진실을 경위서에 넣고 싶으신 거잖아요. 일단 알아본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라고 답했지만 이후 학교 측의 연락은 없었다.

이에 유족 측은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자 학교에 사실 확인을 재차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 6월 15일 유족이 ‘처남의 죽음에 대해 누구랑 어떻게 확인을 해야 하느냐’라고 묻자 교감은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세요”라며 되레 언짢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고 김은지 교사도 학부모들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앓던 끝에 2021년 세상을 떠났다. 김 씨의 친구 교사는 “(김씨가) 학부모들이랑 통화할 때도 ‘되게 손발 벌벌 떨면서 받는다’ 얘기도 했었고 ‘나는 그냥 교사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17년과 2019년 두 달씩 병가를 냈고 복직 뒤에는 음악과 영어 전담 교사를 맡았다. 그는 자기 대신 담임을 맡은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해하며 자진해서 5학년 학급을 맡았다.

김 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해 학교 교감은 “저는 몰랐다. 우울증이 있는데 그렇게 웃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며 김 씨의 죽음 역시 추락사로 보고했다.

결국 두 교사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로 종결됐고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도 사망한 교사들의 순직 처리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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