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대 쏠림’의 면허경제학적 처방

입력 2023-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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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업’ 의사, 독점적 이윤 추구

시장 작동못해…공공개입 불가피

기피과 위험수당 등 소득 맞춰야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입학하며 바로 휴학한 학생이 전체의 6%인 225명에 달해 4년 만에 그 수가 3배를 초과하였다고 한다. 그중 공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신입생 800여 명 중 60명이 넘는 신입생이 1학기에 휴학하여 그 비중은 평균 휴학률을 뛰어넘는 7.5%를 기록하였다는 보도다.

입시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를 ‘보험’ 용도로 등록하고 곧바로 휴학한 뒤 의·치대 입학을 위해 재수학원에 들어가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서울대 위에 의대있다”라는 말도 돌고 있다고 한다. 대치동에는 헝가리의대, 심지어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그레나다 의대 입시를 위한 학원이 운영되고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일찌감치 의대 진학반까지 구성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의대 쏠림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가의 희소자원(scarce resources)으로서 인재가 몰리는 산업에서 국가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연구결과(M.E Porter, 1990) 때문이다. 인재들은 사회적 평판(reputation)이 높고 직업안정성을 고려한 평생소득이 많은 직업에 몰려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공계로 진학해야 할 인재들이 의대에 쏠리는 것은 분명 문제다.

의사는 면허(license)를 취득해야 업무를 개시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면허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면허받은 집단 내의 개개인은 독점적인 이윤 취득이 가능하게 된다. 면허를 부여받는 인원을 늘리면 의료수요를 충족하는 공급이 늘어나게 되어 진입장벽의 효과는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러한 면허제도하에서는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닌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목에서는 의사를 찾기가 어려워 길거리를 헤매다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고, 어느 지역 의료원에서는 연봉 10억 원을 걸고도 응급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필수 의료분야보다 건강보험 커버가 안 되는 소위 ‘신’ 일류분야에 인재들이 쏠리는 한편, 지방에서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면허경제학(economics of licensing)에서는 면허수를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진입장벽으로 초과이윤을 얻게 되는 기존 면허 취득자들이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를 하게 되고 이들은 이윤 보전을 위해 공급을 제한하기 위한 이른바 집단행동의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얘기한다.

플로리다의 몇 가구 되지 않는 사탕수수농가 보호를 위한 미국의 설탕수입 제한으로 인해 미국 가계당 매년 25달러 이상의 초과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그 반대 예가 된다. 조직화가 어려운 가계 소비자들은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사회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노벨상 수상자인 M. 올슨(1965)이 지적한 이른바 ‘집단행동 문제’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결국 공공 개입으로 풀 수밖에 없다. 공공의 개입은 드러난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직접적인 공략으로 해결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사회 의료인 수급정책의 목표는 인재의 ‘의대 쏠림’과 지역 및 필수 진료분야 의사들의 부족한 공급을 해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대 입시정원의 확대는 적어도 단기적인 대안이 되지 않는다. 대신 지역의 의료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지역의대(예: 일본의 자치의대) 설립과 필수진료분야의 의사 확보를 위한 위험수당 신설 등을 통하여 진료분야 간 의사 소득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이 효율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함께 이공계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육성 및 이들의 직업 안정성과 소득 보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공계 인재들은 기술 개발과 전파를 통한 외부효과(externality)의 원천으로서 우리 경제 경쟁력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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