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서 시민들 구한 ‘의인의 손’…절박했던 탈출 상황

입력 2023-07-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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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명 수색과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오송 지하차도)가 인근 강 제방 붕괴로 순식간에 약 6만t의 물이 들이차던 위기 상황 속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 구해낸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17일 SBS에 따르면 참사 시점 오송 지하차도를 지나던 14t 화물차 기사 유병조(44)씨는 물이 차 오르면서 앞 시내버스 시동이 꺼지자 뒤에서 들이받으며 버스와 함께 지하차도 밖으로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그러나 버스는 밀리지 않았고 유씨의 차조차 시동이 꺼졌다.

유씨는 황급히 창문을 부숴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고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버티는 것을 발견했다. 방송에서 유씨는 “옆에 아가씨가 매달려 있었다. 손을 잡고 일단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유씨는 물에 떠 있는 남성 두 명을 발견해 차례로 손을 잡아 끌어 올려 난간을 붙잡게 했다. 당시 유씨가 구한 여성 생존자의 부친은 사고 이후 유씨를 만나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손 놓으시라고 했는데 (유씨가) 끝까지 잡아서 높은 곳까지 (올려줬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송 지하차도에서 모두 9명이 생존했는데 이 중 4명이 유씨 본인과 유씨가 구한 3명이었다.

이날 KBS에 따르면 당시 침수 현장에서 난간에 매달린 ‘남색 셔츠’ 남성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다른 시민 3명을 구조했다. 한 생존자는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네이비 색깔 티셔츠를 입은 남자분이 제 손을 잡아가지고 난간에 같이 이렇게 잡아주셨다”고 KBS에 전했다. 확인 결과 이 남색셔츠 남성은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씨로 확인됐다.

▲15일 침수된 오송 지하차도 난간에 매달린 채 다른 시민들을 구한 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씨의 손. 출처=KBS 캡처
당시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난간과 온갖 구조물을 붙들고 밖으로 나온 정씨의 손은 곳곳에 벗겨진 상처 투성이가 됐다.

정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차량 지붕과 난간에서 3명을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그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도움을 준 이는 앞서 3명을 구한 14t 화물차 운전자 유병조씨였다. 정씨는 “스티로폼이나 나무 등을 잡고 둥둥 떠 있는데 화물차 기사 분이 저를 먼저 꺼내줬다. 감사드리고 싶어 연락처라도 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주셨다”고 말했다.

또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되기 10분 전쯤 지하차도에 진입하다가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역주행해 탈출한 운전자의 영상도 화제였다. 이 운전자는 지하차도에 침수돼 멈춘 747번 시내버스를 보고 U턴을 시도해 차를 돌려 나가면서 경적을 울리거나 다른 이들에게 차를 빼라고 소리쳐 알렸다. 덕분에 일부 차량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15일 오전 8시 45분께 발생했다. 인근 미호천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하천수 6만여t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지하차도 내 침수 차량은 17대로 집계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9명이 구조됐다. 전날 오후 8시께 지하차도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해 수습했다. 마지막 실종자로 추정됐던 60대 여성 운전자의 신원과 일치했다.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희생자는 모두 1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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