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신경 가소성’이라는 선물

입력 2023-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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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고로 인한 뇌손상, 뇌졸중, 우울증 등 망가진 뇌는 고칠 수 없는 상태로 간주됐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신경 가소체’다. 날마다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만들어진다. 놀랍게도 우리의 사고방식, 선택과 판단에 따라 우리의 뇌는 수시로 변형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런 특성을 신경 가소성(神經可塑性·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신경 가소성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신경 가소성이란 새로운 행동 또는 경험에 적응하는 뇌의 능력을 말한다. 이는 우리의 생각과 선택을 통해 뇌의 구조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매순간 우리가 품는 생각은 추상적인 관념에 그치지 않고, 뇌와 몸속에서 물리적 실체로 변화되어 삶의 태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DNA가 아니라 태도다.

DNA가 아니라 태도가 삶의 질을 좌우해

패니 크로스비(1820~1915)는 미국 뉴욕 출신의 여류 시인이며 찬송가 작가다. 그녀는 불의의 사고로 생후 6개월 만에 시력을 잃게 됐다. 이후 한 번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에 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시와 찬송 가사들을 보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릴 때 찾아온 장애를 불행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상처 속에 가두어 원망 속에 살았다면 그녀의 삶은 매우 황폐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로스비의 가족은 그녀가 장애가 있다는 생각에 갇히지 않고, 그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녀는 비록 두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2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회복에너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소아 당뇨로 진단을 받고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하루에 세 번씩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혈당이 정상 범위로 유지된다. 이 일은 여간 번거롭고 힘든 일이 아니다. 당뇨로 처음 진단을 받으면 환아와 가족들은 대체로 충격과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나는 환아와 보호자에게, 주사를 매일 맞는 것은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치료를 잘 받으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안심시킨다.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로 인해 특히 사춘기 시기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지만, 치료를 어렵게 여기지 않고 씩씩하게 학교도 잘 다니고, 식단 관리도 잘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잘 살아가는 환아들도 있다. 지역별로 소아내분비 의사들은 ‘당뇨 캠프’라는 모임을 조직해,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환아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뇨병을 가진 환아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며칠씩 함께 생활하면서 당뇨에 대해 공부하고, 놀기도 하는 시간이다.

캠프를 통해 아이들은 나 혼자만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느끼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마음과 생각이 치유되는 시간을 보낸다. 비록 원치 않는 질병을 갖게 되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신경 가소성’의 선물을 받아 낙담하지 않고, 건강한 정신으로 어려움을 발판삼아 더 큰 그릇으로 자라나가길 소망한다.

오늘의 작은 선택이 미래의 나를 결정해

때로는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환경이나 조건들을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반응과 생각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한다. 오늘은 나 자신을 칭찬하기로 선택해보면 어떨까. 과거의 실수와 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라는 어두움을 물리쳐 보자.

그리고 이미 수고하고 있는 자신을 충분히 격려해주자. “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귀한 존재이고 사랑받는 사람이야.” “지금 잘 안된다고 낙담할 필요 없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또 언제든 다시 도전하면 돼.” “어려운 부분은 차근차근 배우면 되는 거야.” 힘들 때마다 우리 모두가 받은 신경 가소성이라는 선물을 활용해보자. 삶을 바꾸는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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