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고 떠나고”…쪼그라드는 가상자산 업계 인력

입력 2023-07-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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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마저 1000명 이상 구조조정 단행
계속되는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 ‘감원’ 칼바람
국내도 몸집 줄여…“크립토 떠난 개발자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여파로 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개발 인력이 22%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마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의 인력 규모가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 일렉트릭 캐피탈이 지난달 발표한 개발자 리포트에 따르면 6월 1일 기준 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크립토 개발자는 2만1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가량 감소했다. 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신규 개발자 유입은 전년 대비 7730명이 줄어 48% 감소했다.

오픈소스는 저작권자가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저작권자가 제시한 라이선스에 따라 복제·수정·재배포가 가능한 개발자 생태계다. 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개발자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가상자산·웹3 기반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미국 거래소 FTX가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 바람이 거셌다. 특히 FTX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11월과 올해 1~2월 감원 규모가 컸다. 감원에는 후오비, 크립토닷컴, 코인베이스 등 굵직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조정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여름에도 감원 바람은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몇 주간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있다. 올해 초 가상자산 업계에 감원 칼바람이 불 때,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가 직원을 15~20%가량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어, 업계의 충격은 더 큰 상황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금융·사법당국의 규제 여파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정이 어려운 거래소 중심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고팍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수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직원 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112명에서 올해 5월 86명으로 줄었다. 이달에도 구조조정을 한다는 업계의 전언이 있었으나, 고팍스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고팍스 관계자는 “자금이 말라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서별로 직원 규모를 줄인 건 맞지만 최근 이슈는 아니다”라면서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되거나 예정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에 어려움이 없어 신규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일부 기업에만 지원자가 몰리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인원은 지난달 실시한 2023 채용연계형 인턴십에서 2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 타 직군까지 인턴십 기회를 늘렸지만, 중소 거래소나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신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는 “코인 발행만으로 재미 보는 시절은 끝났다고 봐 개발자들이 업계를 많이 떠났고, 그러다 보니 채용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 코인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능력과 경력 있는 개발자가 아닌 타 직군이라도, 우리는 오면 감사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하루인베스트·델리오 러그풀 의혹 등 끊임없이 터지는 리스크도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행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과거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이달 현재 다른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러그풀이나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크립토 업계를 떠난 건 잘한 선택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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