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도망가세요” 침수된 차에 갇혔다면…제1 행동요령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17 15:40수정 2023-08-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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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째 계속된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매년 장마철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해 지하 공간이나 침수된 차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인데요. 올해도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지하차도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가던 차량 17대가 물에 잠겨 빠져 나오지 못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차량통제와 제방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 당국의 부실대응이 빚은 인재라는 질타가 이어지면서 지하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 때는 지하차도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득이 지나던 중 물이 차오른다면 무조건 차량을 버리고 대피할 것을 강조합니다. 물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면서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집중호우로 인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살펴봤습니다.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철 위험은 ‘설마’ 하는 방심…“침수 조짐엔 일단 대피”

17일 폭우로 침수돼 2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 현장 일부가 공개됐습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는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운행 중이던 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관련 사망자는 현재까지 13명, 부상자는 4명입니다. 현재 배수작업과 잠수부 투입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구조 당국은 이날 물이 많이 빠지면서 지하차도 내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터널 입구에서 10m 가량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차도 바닥은 진흙더미로 가득찼고 복숭아뼈 높이까지 발이 푹푹 빠지고 육안으로도 지대가 낮은 중앙 쪽으로 갈수록 진흙이 두껍게 쌓인게 보입니다.

충북경찰청은 지하차도 참사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도로와 제방 관리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합니다. 경찰은 미호강의 홍수 경보에도 300~400m 거리인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보고 체계를 우선 조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호강의 제방관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수사 대상입니다. 참사 직후 인근 주민들은 무너진 제방이 모래자루를 쌓아 올리지 않고 긁어모은 모래로만 막아 허술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될 경우 관련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것으로 보입니다.

폭우 시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주민 7명이 숨진 포항 인덕동 아파트 침수 사고 역시 지하에 물이 들어차면서 발생했습니다. 피해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차를 옮기러 나갔다가 물이 거세게 들어오면서 변을 당했습니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높이 3.5m 규모였지만 인근 하천에서 물이 넘어 들어오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2020년 7월 23일 밤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잠겼는데요. 당시 시간당 최대 80mm의 비가 쏟아졌고 도로를 타고 내려온 물은 진입로 높이 3.5m, 길이 175cm, 왕복 2차로인 이 지하차도를 한때 가득 채웠습니다. 지하차도 내 차량에 있던 9명은 빠져나왔으나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는 침수 대비 매뉴얼이 있는데도 차량 통제를 제때 못했던 터라 관련 공무원 11명이 재판을 받아 1심에서 모두 실형과 벌금형 등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때는 울산에서 시간당 100mm 넘게 퍼부은 빗물과 태화강에서 넘친 강물이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모이면서 차를 빼러 갔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하 침수로 인명피해가 되풀이되자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해 국민재난안전포털 웹사이트에 게시했는데요. 기존 국민행동요령에는 없었던 지하공간에 대한 국민행동요령을 따로 마련한 것입니다. 지하공간 침수대비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신설했습니다.

▲(행정안전부 누리집 캡처)
침수된 차문이 안 열릴때…안전벨트 클립으로 ‘창문 모서리’ 치세요

반지하 주택과 지하 주차장, 차도, 지하 상가 등 지하 공간의 큰 특징은 순식간에 물이 들어찬다는 점입니다. 기억해야 할 핵심 행동요령은 ‘물이 조금이라도 차면 즉시 대피한다’ 인데요. 경사로를 따라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수압으로 인해 자동차를 몰고 지상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할 때도 마찬가지로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 빗물 유입 후 5~10분이 지나면 천장까지 수위가 올라갑니다. 경사로를 따라 물이 들어오면 수압으로 차는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사람만 신속히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차량을 확인하겠다며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지하 계단은 정강이 높이 정도로만 물이 유입돼도 성인이 올라오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물이 흘러들어오면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계단에 흘러들어오는 물이 발목 높이라도 어린이나 노약자는 올라갈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유입이 되면 즉시 대피해야 합니다.

또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는 절대 진입해선 안 됩니다.

진입 후 물이 들어차는 상황이라면 차는 버려두고 사람만 대피해야 하는데요. 차량이 침수되기 시작하면 승용차 기준 타이어가 3분의 2 이상 잠기기 전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차량이 침수된 상황에서 외부 수압으로 문이 열리지 않을 때는 비상 탈출 망치를 이용하거나 좌석 목받침 하단 철제봉을 이용해 창문 모서리 부분을 깨서 대피해야 하는데요. 창 중앙보다 모서리 부분이 깨기 쉽기 때문입니다. 차량 창문을 깰 수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차량 내부에서 물이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습니다. 차량 내부의 수위와 외부의 수위 차가 30cm 이하가 되면 문이 쉽게 열립니다. 미리 창문을 조금 내려놓으면 깨뜨리기 쉽기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비가 온다 느끼면 창문 틈을 열어두는 것도 탈출에 용이합니다.

만약 차량에 타고 있을 시 급류를 만났다면 급류가 밀려오는 반대쪽 차량 문을 열어 신속하게 탈출해야 합니다. 물이 흘러오는 방향은 물이 흐르는 속도 때문에 차량 문을 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대응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충전할 땐 절연 기능이 있는 장갑을 끼거나 외부에선 가림막이 있는 곳에 충전하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경북 예천군 백석리 산사태 현장 (연합뉴스)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발령, 산사태 대비는 어떻게

특히 이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도 컸는데요.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되어 있습니다. 길게 이어진 장맛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곳이 많아 산사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산사태가 발생했을 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고 합니다. 옆으로 이동하면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샘솟거나 평소 잘 나오던 샘물이나 지하수가 멈출 때 산사태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지하수가 통과하는 토양층에 이상이 생겼다고 볼 수 있어 즉시 대피해야 하는데요. 산허리 일부에 금이 가거나 내려앉을 때, 바람이 없음에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질 때, 산울림·땅울림이 들릴 때도 산사태 조짐이 있거나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피해 규모와 구조 상황을 주요 기사로 전하며 한국 장마철엔 많은 비가 내리지만 올해 유독 인명피해가 많았다며 당국 대응이 있었더라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해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직 7월 중순인데도 호우 사망·실종자는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인데요. 해가 갈수록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일상에 침투하는 강도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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