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태안 저수지 아내 살인, 검거된 남편 옆엔 마약이…동료들 "계획한 것 같아"

입력 2023-07-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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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남편은 정말 아내를 죽이지 않았을까.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태안 저수지 아내 살인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지난 1월 23일, 설 연휴가 끝난 뒤 누구보다 성실했던 김지윤 씨(가명)가 사라졌다. 동료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위치추적조차 되지 않았다. 특이한 것은 남편 강씨도 사라지며 부부가 나란히 실종신고가 접수됐다는 것.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위치추적 결과 거주지인 서산에서 약 2시간 거리인 영종도에서 마지막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날 남편 강씨가 혼자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도 확인했다.

강씨가 공항으로 가기 전 안면도에 들린 사실이 확인됐는데, 그는 1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50분에 걸쳐 이동했고 그사이에는 저수지가 있었다. 그리고 실종 8일 만인 1월 31일 해당 저수지에서 아내 지윤씨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강씨는 유력 용의자로 지난 2월 10일 필리핀에서 검거됐다. 그리고 3개월 만인 5월 이민국 구류시설에서 탈옥했고 8일 만에 붙잡혔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한국인 남성 임씨와 여성 김씨, 그리고 3만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 1kg이 함께 발견된 것이었다.

강씨는 주변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아내 지윤씨에게 잘하는 남편이었다. 그들은 연애 5년 끝에 2015년 결혼했지만 결국 지윤씨는 살해됐다. 유력 용의자인 강씨는 탈옥 후 검거됐을 당시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강씨는 탈옥 전 전화 면회에서 “범인은 따로 있다. 작년에 돈을 벌어보려고 텔레그램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서 마약배달을 하게 됐다. 그때 그 사람이 보낸 직원 두 명이 갑자기 찾아왔다”라며 “난 정신을 잃었고 일어나보니 지윤이는 죽어있었다”라고 뜻밖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시나리오를 짠 것 같다”라며 또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함게 수감생활을 했다는 제보자는 “주식과 코인에 손을 댔는데, 아내에게서 돈을 빼앗으려고 지인 2명과 함께 짰다고 했다”라며 “그들이 강도로 위장을 했고 자기는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는 거다. 실랑이를 하다가 목 졸라 죽였다는데 자기는 몰랐다고 했다. 어쨌든 공모를 했으니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가 가족들에게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정황이었다.

제작진은 면회를 통해 강씨를 만났다. 강씨는 범죄에 대해서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면서 “사고였기 때문에 저나 가족들은 아내의 가족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 마약 관련해 일어난 일이고 시키는 대로 배달을 하다가 그렇게 됐다”라며 “그들은 텔레그램으로 만났고 휴대폰이 없어서 아이디도 못 찾는다”라고 발뺌했다.

익명이 제보자는 비쿠탄 수용소에 보이스피싱 혐의로 수감 중인 양씨가 강씨의 탈옥을 도왔다고 제보했다. 그가 비쿠탄 안에서 마약 상선 오더를 받고 한국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데, 강씨를 탈옥시킨 후 한국에 마약배달을 시키게 하려던 것이다.

아내 지윤씨에게 끔찍하게 잘했다는 남편 강씨의 또 다른 얼굴은 계속해서 나왔다. 지윤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1월 23일 오후 지윤씨의 통장 내역에 2000만원의 대출이 찍혔고, 24일 부터는 해외곳곳에서 4300만원이 넘는 현금이 인출됐다. 이는 모두 강씨가 출국 후 돌아다닌 동선과 같다.

강씨의 회사 대표는 “계획적인 거 같다. 여권을 회사에서 보관했는데 갑자기 명절 전날에 급하게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그가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것 역시 1월 22일, 지윤씨가 운전하던 차 안에서 예매한 것이었다.

지윤씨의 지인에 따르면, 강씨는 결혼 후 신혼여행에서 다녀온 뒤에야 억대의 빚을 고백했다. 지윤씨는 그 돈을 최근까지도 갚고 있으며 이제 거의 탕감했다고 알았지만, 강씨의 회사 대표에 따르면 강씨는 최근까지도 수천만원의 월급을 가불하고 동료에게도 돈을 빌렸다.

강씨의 변호사는 “강씨가 현재 마약 관련 혐의를 인정하고 싶어한다. 한국으로 송환되고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씨는 “인정한 게 맞다. 다 계획이 있다. 외국인 마약 사범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무겁게 다루지 않고 형량이 낮고 금방 끝날 수 있다. 국립교도소에서 그렇게 길지 않을 거다. 비쿠탄으로 갈 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해 본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기에 남겠다는 선택을 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퇴행이라는 방어기제가 발동되고 있다. 지금 당장 맞닥뜨려야 할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의 눈초리를 피하겠다는 생각에 이것만 피할 수 있다면 뭐든 할래요, 하는 심정으로 보이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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