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블랙핑크 등 터졌다…9개 끊어진 선 때문?[이슈크래커]

입력 2023-07-12 16:27수정 2023-08-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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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예정됐던 걸그룹 블랙핑크의 콘서트가 난데없는 불매운동에 휩싸였습니다. 21일 개봉 예정이었던 할리우드 영화 ‘바비’는 별안간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모두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 사건들의 배경에는 ‘구단선(nine dash-line)’ 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콘서트 홍보 포스터와 영화 속 지도에서 ‘구단선’을 표시한 것이 베트남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데요.

도대체 구단선이 뭐길래 베트남 정부는 이렇게 예민하게 나오는 걸까요.

▲(연합뉴스)
뿔난 베트남 팬들…남중국해 구단선 뭐길래

7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핑크 투어 현지 기획사 iME 홈페이지에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반영된 남중국해 지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베트남 정부가 조사에 나섰는데요. 문제의 ‘구단선’이 들어간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팬들은 문제 제기를 하며 블랙핑크의 공연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서쪽으로 베트남, 남서쪽으로 말레이시아, 동쪽으로 필리핀의 내륙으로 바짝 붙여 영해를 넓게 그린 9개의 선을 말합니다. 9개의 선을 이으면 영어의 알파벳 U자 형태를 띠고 있어 ‘U형선’이라고도 불리며, 소가 혀를 늘어뜨리는 형상이라 하여 ‘우설선’(牛舌線)이라고도 불립니다. 중국이 ‘U’자 형태로 점을 이어 그어놓은 가상의 선인데 중국은 그 이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베트남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는데요. 2016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른 국가에서 구단선을 반영한 남중국해 지도를 사용할 경우 인접 국가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베트남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베트남에서 남중국해 지도 논란은 구단선을 반영한 장면을 삽입한 미국 워너브러더스사의 신작 ‘바비’를 전국에서 상영 금지 조치한 뒤 블랙핑크를 통해 재발했다”고 전했는데요.

현지 예매자들은 블랙핑크 공연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구단선은 베트남 정서상 정부와 국민들에게 예민한 문제로 여깁니다. 베트남 외교부의 팜 투 항 대변인은 iME 홈페이지에 대해 “핫 버튼 이슈다. 베트남에서 구단선이 들어간 상품이나 출판물을 이용해 홍보하는 일은 불법이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베트남 문화부 역시 조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iME는 다른 이미지로 바꿀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감정을 건드린 만큼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가장 민감한 남중국해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선 공연 취소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단 예정대로 29~30일 베트남 미딘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본 핑크’의 추가 공연은 진행합니다.

▲출처=AP연합뉴스
영화 ‘바비’ 베트남서 상영 금지…베트남, ‘구단선’ 검열 확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베트남 정부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반영된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로 마고 로비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바비’ 상영도 금지했습니다.

그간 베트남은 정부 입장이나 국가 이익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영화에 대해서는 상영 금지 처분 등을 내려왔는데요. 앞서 베트남 정부는 2019년 10월 구단선이 그려진 장면이 나오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의 상영을 금지했고 지난해 3월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 ‘언차티드’에 대해 중국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구단선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베트남은 중국 드라마 ‘플라이트 투 유’(Flight to you·向風而行)도 방영 목록에서 삭제했습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현행법에 위반되는 장면이 나와 이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영화국은 넷플릭스와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FPT 플레이’를 상대로도 해당 드라마 9화에 구단선이 나온다며 방영 금지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

‘구단선’이 나오는 콘텐츠에 대한 검열이 갈수록 더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일본 감시기가 센카쿠열도(댜오위다도) 해상을 비행하고 있다. AP뉴시스
영토 둘러싼 국가 간 분쟁...문화교류 걸림돌

이처럼 베트남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중국의 구단선 주장이 다소 일방적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죠.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의 ‘구단선’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베트남 뿐 만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인접 국가들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되레 이들 국가에 영토 문제와 문화 교류를 연결 짓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따르면 마오닝 대변인은 “남중국해 문제를 정상적인 문화 교류와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 남중국해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고 일관성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중국이 과거 ‘영토분쟁지’ 지도를 두고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BTS에 트집을 잡은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중국 누리꾼들은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실적보고서에 올라온 세계 지도에서 중국 영토 ‘남티베트’가 인도 영토로 표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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