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롯폰기힐스’로 변모 앞둔 압구정, 단지별 표정은 ‘제각각’…“기대 반, 우려 반”[르포]

입력 2023-07-11 14:56수정 2023-07-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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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공모 앞둔 3구역 ‘시끌’…타 구역은 ‘차분’

서울 압구정 재건축 구역 6곳 중 4곳이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올라탔다. 사업 완료 시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1만2000가구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다. 여기에 시는 한강변 개발과 압구정 일대 재건축을 연계한다. 일본 도쿄 도심을 재개발한 ‘롯폰기힐스’의 한국판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일대 부동산 업계와 주민들은 시의 빠른 재건축 정책안에 한껏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사업 속도가 빠르고 가장 단지 규모가 큰 3구역이 설계 공모를 앞두고 달아오른 모양새다. 다만 신통기획을 적용하면 공공주택 공급 등 ‘소셜 믹스’를 적용해야 하고, 단지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신통기획안을 모두 적용하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방문한 압구정 일대 단지들은 구역별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들뜬 곳은 3구역(구현대 아파트)으로 오는 15일 설계 공모 투표를 앞두고 설계사무소 간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3구역은 총 4056가구 규모로 압구정 재건축 정비구역 중 최대 규모다. 주요 단지는 현대 1~7차와 10‧13‧14차로 구현대아파트로 불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구현대) 재건축 단지 설계공모를 앞두고 단지 내 설계사무소 ‘해안’(왼쪽)과 희림 홍보부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정용욱 기자 dragon@)

이날 오전 3구역 내 86동과 83동 사이 놀이터에 들어선 해안건축과 희림건축 홍보전시관에는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와 초복 무더위에도 수십 명이 몰렸다. 이들은 각사 설명회를 듣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 방문 인원이 적은 편”이라며 “주말 기준으로는 하루에 1200명 이상 다녀간다”고 귀띔했다. 압구정 3구역은 규모가 가장 크고 사업 속도가 빠른 만큼 압구정 내 다른 단지의 관심도 매우 컸다. 실제로 전시관 출입 명부에는 다른 구역 주민으로 표기한 방문객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홍보전시관 앞에서 만난 70대 구현대 아파트 주민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확정되면서 여기(압구정 3구역) 주민들 기대감이 커졌다”며 “그런데 공공기여분이나 공공주택이 늘어나는 데 동의하는 건 반반”이라고 했다. 설계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시가 압구정 2~5구역 신통기획안을 확정하면서 압구정 일대 단지 손바뀜도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에 따르면, 압구정동은 지난달에만 11건이 거래됐다. 5월에도 9건이 거래되는 등 최근 두 달 동안 20건의 손바뀜이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1~6월) 5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지난 두 달간 전체 거래량의 40%가 집중된 셈이다. 이는 압구정동 일대 신통기획안 확정 발표가 가시화된 최근에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압구정동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현대 단지는 신통기획 확정이나 설계 공모 진행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대 급매물은 다 소진됐고, 호가도 오름세”라며 “평균 호가는 2~3억 원가량 올랐고, 대형 평형은 5~6억 원 오른 것도 있다. 며칠 전에도 신고가 거래 계약을 맺은 것이 더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신현대) 단지 모습. (사진=정용욱 기자 dragon@)

반면 3구역 인근 2구역(신현대 아파트)과 4구역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2구역에서 만난 60대 입주민은 재건축 분위기를 묻는 말에 “신통기획에 관심이 없고,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4구역 내 S공인 관계자는 “아직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였다고 할 마땅한 사례가 없다”며 “규모도 다른 구역보다 작고, 그래서 매물도 귀한 편이라 움직임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잠잠하다”고 말했다.

압구정 아파트 거래 시장 전망과 관련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압력이 높아 당분간 가격은 강보합을 유지하겠지만,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고, 고가 단지인 만큼 거래량이 더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4구역 내 현대 8차(왼쪽)과 한양 3 · 4 · 6차 단지 모습. (사진=정용욱 기자 dragon@)

신통기획을 적용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성공 여부는 이제 조합의 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신통기획 적용을 두고 벌써 잡음도 나온다. 신통기획을 대규모 지역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압구정 C공인 관계자는 “2~5구역을 한꺼번에 용적률 300%로 적용한다고 들었는데 말이 안 된다. 한강변 단지와 그 외 단지를 나눠서 적용해야지, (일괄 적용하면) 잡음만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시가 신통기획안을 확정 지었고, 재건축 사업의 공은 이제 조합으로 넘어갔다”며 “일부 ‘일대일’ 재건축 주장이나 소셜 믹스 기피 여론은 소수 의견이므로 조합 내부에서 합의를 어느 정도 이루느냐가 재건축 사업 속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세훈표 재건축 사업인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돕는 공공의 민간정비사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기존 5년 이상 걸리는 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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