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아직도 중동서 테러를 떠올린다면…

입력 2023-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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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입견 실제와 많이 달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치명적
해외시장 개척에서 편견 버려야

주사우디 대사였던 7년 전, 공관장회의로 국내에 온 김에 모 대학에서 ‘중동과 이슬람’을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사우디’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묻자, 사막·원유·이슬람 등 잘 알려진 것 외에 테러·여성차별 등의 대답도 나왔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사우디를 잘 아는 아랍어학과 대학원생들에게서 편견에 기초한 대답을 듣고서 적잖이 놀랐다.

그 학생들처럼 우리는 많은 편견이나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산다. 기업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특정 국가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우를 종종 발견하는데, 후발개도국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하면 움막집과 동물사냥 등을 연상하면서 ‘덥다, 미개하다’고 단정해 버린다.

중동 하면 테러·이슬람·사막 등을 떠올리면서 ‘위험하다, 배타적이다, 살기 힘들다’ 하고, 인도에 대해서는 독특한 장례문화, 카스트제도, 길거리에 다니는 소를 떠올리면서 ‘지저분하다, 믿을 수 없다’로 생각한다. 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축구·마약을 먼저 떠올리며 ‘경제활동하기 힘들고 위험한 지역’으로 치부해 버린다.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관시’(關係·인적 네트워크)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모습은 이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프리카는 미국·중국·인도를 합친 것보다 넓은 땅에 12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잠재력 큰 지역이다. 전체가 빈곤에 시달리는 미개한 지역도 아니다.

남아공과 케냐를 중심으로 ‘블랙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부 부족사회 전통이 남아 있긴 하지만 도시화와 정보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여성들이 머리엔 히잡을 쓰고 몸에는 아바야로 불리는 긴 가운을 입어도 고급 화장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과거 특강 때 사우디 이미지라고 나온 테러는 일부 극단주의자들만의 소행으로 대다수 무슬림들은 평화를 사랑하며 현지 치안상황도 매우 양호하다. 인도·중남미 시장의 잠재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특히 중남미는 언어·문화적으로 국가 간의 동질성이 커서 통합 마케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중국의 ‘관시’ 문화는 과거의 일로 이제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법치국가로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린 자주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우리가 비즈니스할 외국시장과 외국 기업인을 대한다.

심리학사전에 의하면 편견이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과 태도’라고 정의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자존감이나 자기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클수록 상대를 낮춰보는 경향이 있고, △잘못된 학습의 결과가 편견으로 고착화될 수 있으며, △잘 모르거나 부정확한 근거에 의한 잘못된 선입관 등으로 편견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릇된 편견을 가졌을 때의 폐해는 미국 작가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 잘 묘사돼 있다. 동네 백인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던 흑인 톰 로빈슨에 대한 인종적 편견 때문에 백인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려 결국 죄 없던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례를 묘사하고 있다.

편견을 갖는 것은 도수가 맞지 않거나 깨진 안경을 쓰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제대로 보일 리 없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목표시장이나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돼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게 된다. 주사우디 대사 시절, 두바이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의약품 기업들에 시장규모가 더 큰 사우디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시장성이 낮을 거란 편견 때문에 몇몇 기업만 찾아온 것을 보고 매우 실망한 적이 있다.

반대로 201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소비재 상품전을 열었을 때 ‘떡볶이’ 하나로 500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은 우리 기업인에게서는 편견 없이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을 하면 성공이 뒤따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아프리카에 떡볶이를 그렇게 많이 수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편견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아인슈타인이 “편견을 버리는 것이 분자를 쪼개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을까. 그러나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도, 또 위기에 빠진 우리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해외시장에 대한 그릇된 편견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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