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일그러진 지갑中] '넷플릭스가 깐부'라는 정부…토종 OTT "만들수록 적자” 늪

입력 2023-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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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전세계 흥행에도…토종 OTT, 넷플릭스 독주ㆍ규제 이중고
한국 제작업계 생존위기 봉착…M&A로 부활 꾀했지만, 적자 늪 빠져

한국산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생존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3조3000억 원의 투자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만들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며 시장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토종 OTT “자금 투자보다 규제 개선이 우선” = 국내 OTT 생태계가 넷플릭스의 독주체제 속 파이 나눠먹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토종 OTT업계는 생존을 위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적자에 생존에 대한 걱정부터 하고 있다.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자, 정부는 국내 OTT·콘텐츠 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BK기업은행, 인터넷 TV업계 등과 함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대출·보증, 해외 투자 유치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전적 투자보다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OTT 분야는 방송사업자 법적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지원책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세액공제율도 걸림돌이다. 국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미국의 20~3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높은 세액공제율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제작비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도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를 두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투자금 확대는 결국 제작 단가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멀지않은 미래에 제작비 부담을 떠안은 중소제작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투자는 결국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중소형 제작사 입장에서는 자금 압박에 결국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배만 불리는 불공정 계약을 개선해야 국내 OTT 플랫폼과 제작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폭 커지는 OTT업계…존폐 고민까지 = 국내 OTT업계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토종 업체 1위인 티빙을 포함해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는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며 실적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토종 OTT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웨이브 1213억 원, 티빙 1191억 원, 왓챠 55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사 합산 영업손실은 2959억 원으로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OTT 업체들은 저마다 힘을 합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KT의 ‘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후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몸값’ 등 오지리널 콘텐츠를 연속 흥행시키며 이용자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적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양지을 티빙 대표는 실적부진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왓챠는 LG유플러스와 인수를 통해 부활을 꾀했지만, 지난달 경영권 매각이 결렬되며 파산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적자규모가 크고, 기업가치가 낮아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왓챠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존폐 자체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OTT업계 외에도 콘텐츠 기업 상황도 어렵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10년차 이상 직원들에 대해 이직·전직을 지원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15개월치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사실상 구조조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긴 호흡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시청자들이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적자라는 의미보다 투자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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