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유니콘, 멸종하지 않을까 겁난다

입력 2023-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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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니콘 기업의 세계 비중이 기업 수 기준으로 2019년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니콘 기업은 시장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킨다. 국가 경제를 살리는 성장 호르몬이다. 그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으로 안 되니 예삿일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미국 스타트업 조사 기관인 CB인사이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간(2019~2023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가 449개에서 1209개로 2.7배 늘어나는 동안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1.4배 증가했다. 한국 비중은 2.2%에서 1.2%로 급감했다.

기업 가치 측면에서도 글로벌 유니콘 가치는 1조3546억 달러에서 3조8451억 달러로 183.9% 증가했지만, 한국은 290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로 12.0% 늘었을 뿐이다. 비중은 2.1%에서 0.8%로 뚝 떨어졌다. 한국 유니콘의 위축을 보여준다.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멕시코, 네덜란드 등은 기업 수, 기업 가치 비중이 다 증가했다. 특히 미국은 기업 수(54.2%), 기업 가치(53.4%) 양면에서 압도적 1위다. 중국은 각각 14.0%와 19.1%를 기록하며 추격세를 유지했다.

왜 해외에선 유니콘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한국은 그렇지 못한가.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 규제의 폐해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곳은 규제 탓에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도무지 힘을 낼 수 없는 혁신의 무덤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동해 유망 스타트업 140개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규제를 방치한 채로 스타트업 육성을 말하고 유니콘 대망론을 펴는 것은 허망하다. 앞서 2020년 1월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기업을 2022년까지 30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런 무책임한 말 잔치는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우리 혁신기업인들은 규제의 늪에 절망해 꿈을 접기 일쑤다. 대법원은 최근 4년여 논란 끝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전직 경영진에게 무죄를 확정했지만, 재판 승자들에게 돌아갈 실익은 전혀 없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은 무죄”라고 했다. 이 글에 새겨진 좌절감과 분노도 읽지 못한다면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이다.

타다만이 아니다. 많은 혁신기업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다 유니콘 생태계가 완전히 황폐화하지 않을까 겁날 판국이다.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통해 환경 정화를 유도하고 ‘산 넘어 산’인 규제도 혁파해야 한다. 실리콘밸리형 스타트업 클러스터 조성도 서두를 일이다. 혁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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