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자비로운 정부보다 毒한 시장이 낫다

입력 2023-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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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청년도약계좌 도입 등

인기영합정책으로 시장구조 왜곡

‘공짜점심’은 없다는 진리 깨닫길

“자비로운 정부보다 차라리 독한(나쁜) 시장이 낫다.” 극적인 효과를 겨냥한 과장이 아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소비자 보호법보다 악덕 상인들 간의 경쟁이 소비자 후생을 더 증진 시킨다”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인들은 “균형발전, 분배개선, 중소기업보호, 복지확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대중이 반길 만한 화려한 약속을 쏟아내지만, “이념과잉, 정치과잉, 설계주의” 등으로 현실은 의도와 반대로 전개되기 십상이다.

좌파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성공한 정책으로 오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책 과제별 의료비 현황’ 자료를 분석해, 문재인 케어가 2022년 상반기까지 ‘총 4477만 명의 국민에게 21조3000억 원의 의료비 부담 경감 혜택’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급여 확대로 국민의 의료비가 경감되었다’는 주장은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누군가의 부담을 줄였다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누군가의 부담이 줄었다면, 다른 누군가의 부담이 ‘분명’ 늘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국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는 ‘무산(無産)국가’이기 때문에 세금과 공적 보험료는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2017년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당기 보험재정수지는 2018, 2019, 2020년 적자로 반전했다. 그 결과 ‘누적수지’(보험재정기금)는 2020년에 17조4000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급여화가 ‘산타 선물’이어서는 안 된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적정 이용과 적정 부담에 대한 신중한 숙고 없는 인기영합적 근시안적 ‘급여 확대’ 정책은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국가 의료보장체계를 붕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지난 15일 은행권이 출시한 ‘청년도약계좌’도 디테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 원씩 5년을 부으면 최대 목돈 5000만 원을 찾도록 설계한 금융상품이다. 원금은 4200만 원, 이자는 800만 원이다. 은행권은 500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이자율을 ‘연 6%’로 맞췄다. 이자는 기본금리 4.5%, 우대금리 1.5%다. 문제는 기본금리 4.5%가 만만치 않은 숫자라는 것이다. 2023년 4월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평균은 3.59%다. 따라서 시중금리보다 근 1%포인트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우대금리 1.5%도 은행 부담이다. 우대금리는 당해 은행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 지불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의 부담 몫이다.

정부도 일정부분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는 은행 이자에 더해 월 최대 2만4000원의 ‘기여금’을 보탠다. 하지만 은행으로선 월 2만4000원의 기여금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상당히 높아 팔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 은행들이 역마진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의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정부도 재정을 투입하니, 은행도 사회공헌에 앞장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리한 가입조건에 추동된 청년도약가입자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은행권의 손실은 커지게 된다. 은행권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자비로운 정부’가 청년의 내일 채움을 위해 시장금리 이상의 특혜금리를 부여하면, ‘독한 시장’은 손해난 것을 벌충하기 위해 다른 대출 시장의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대응한다. 독한 시장에 돌을 던질 것인가?

은행의 팔을 비트는 것은 완력행사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금융위 말대로 ‘작년에 은행권이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 것 없이 큰 이자수익을 얻었다면’, 그것을 포착해 ‘횡재세’라도 걷어 두었어야 한다. 자비로운 정부가 청년세대를 따듯하게 보듬을수록 나쁜 시장은 높은 대출금리로 또 다른 저소득층에 복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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