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스마트폰은 전화기일까 컴퓨터일까”

입력 2023-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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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부국장 겸 산업부장

소비자 편리성 높일때 흥행성공
미래 혁신제품 개발도 마찬가지
규제개혁도 눈높이 맞춰야 ‘실감’

“스마트폰은 전화기일까요, 손안에 쥔 컴퓨터일까요.”

대학원에 다닐 당시 IT(정보기술) 과목 첫 수업 때 교수님이 던진 첫 질문이다. 당시 컴퓨터라고 답한 학생들이 많았던 거로 기억한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을 사무기기나 컴퓨터로 생각한 노키아와 블랙베리,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내놓은 스마트폰은 느린 부팅 로딩 시간 등 컴퓨터가 가진 한계를 노출하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인식한 애플은 물리적인 버튼을 없애고 소비자가 필요한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폰을 내놓아 스마트폰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달 1일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전 경영진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핵심 쟁점은 ‘타다가 콜택시인가 렌터카 서비스인가’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법령에서 예외를 인정한 렌터카 서비스였다. 타다 서비스 출시 당시 1년여 만에 이용자가 17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소비자들은 기존 택시의 ‘승차 거부’와 ‘불친절’에 대한 반감으로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비싸도 편안히 이동할 수 있는 타다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100만 표를 의식해 일명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혁신을 가로막았다. 대법원 판결 직후 타다 모델을 만든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외친 “혁신은 죄가 없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16일 출장서비스 동행 현장 행보에서 “진정한 고객 경험 혁신은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해 고객이 만족의 미소를 지을 때 완성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의 말처럼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쏘카의 100% 자회사 VCNC(브이씨엔씨)의 타다는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제품이고 서비스다.

지금 기업들은 소비자의 더 나은 삶에 초점을 맞춰 미래 먹거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대화형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핵심 사업 발굴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에서 교수가 던진 질문처럼 자율주행차는 차일까, 스스로 움직이는 전자제품일까. 아니면 자율 주행 로봇일까. UAM도 항공기일까, 하늘을 나는 자동차일까 아니면 드론일까 묻고 싶다. 기업이 이 질문에 내놓는 답에 따라 개발 방식과 접근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의 입법 규제는 이 답에 따라 완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타다가 콜택시인가 렌터카 서비스인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규제와 법률을 적용받았듯이 이들 차세대 핵심 사업도 무엇으로 볼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규제와 법률이 적용된다.

윤석열 정부는 ‘신발 속 돌멩이’라는 규제혁파 슬로건을 부르짖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열린 ‘넥스트 라이즈(Next Rise) 2023 서울’ 행사에서 윤 정부 들어 1027개의 규제 혁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단체장들은 윤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인사를 만날 때마다 “규제혁신으로 투자 장벽을 없애달라”고 건의한다. 이 같은 규제 혁신 요구는 정부의 규제 개혁이 소비자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소비자들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정부는 소비자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기득권이나 정치권 입맛에 맞는 규제 개혁은 역대 정부처럼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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