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섣부른 시도하지 말고 보험업에 충실해라"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해주지 않으면 국내 보험산업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논리는 난센스다"
"국내 보험 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섣부른 예금취급 시도가 아닌 보험업의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 지급결제 업무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은행연합회의 기본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달초 모 언론 기고문을 통해 보험사 지급결제는 절대 허용되지 말야아 한다는 그동안의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 보험사 지급결제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현재 보험사에 지급결제 문제와 실손형 의료보험 보장 제한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재가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이래로 반년째 계류중이다.
법안 통과가 예정됐던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국회 행정적 착오로 인해 무산됨에 따라 빠르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늦어도 오는 9월 정기국회로 처리가 미뤄진 게 현재까지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임시국회 경제 관련 법안중 쟁점 처리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보험사 지급결제 문제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은행과 보험사들은 각자의 논리를 앞세워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업계는 그동안 정부부처와 여론을 설득시키기 위한 장외 공방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그러나 보험사 지급결제 문제가 또 다시 계류되면서 지루한 '입씨름' 공방은 재연될 조짐이고 은행연합회가 이달초 선제 대응에 나선 형국이다.
은행연합회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밝힌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사가 정식 예금지급 기관으로 인가 받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연합회측은 이와 관련, 보험사는 현재 수시입출이 가능한 예치금을 새로 도입해 지급결제 업무를 영위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현재 새마을금고에서 취급하는 예금상품인 예치금과 다를 바가 없고 은행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업을 새로이 허용하게돼 논란을 만들어 낸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논의는 시의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현재까지 전세계 어느 금융 선진국도 보험사에 지금결제 참여를 허용한 나라는 없다고 전했다.
은행연합회는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로 고객 편의가 제공된다는 보험업계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6월 보험연구원이 금융결제원 가입비 및 전산 인프라 구축 부담이 상당해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지급결제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이미 인정한 점에 비춰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억지에 불과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윤성은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 부장은 "실제로 보험사 지급결제 업무가 전면 허용될 경우, 보험업계 스스로 인정한 인프라 구축 비용의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험사 위험보장 업무를 뒤로한 채 입출금 관련 업무에 뛰어들어 은행 예금처럼 경쟁이 시작되면 당장 보험사 건전성 훼손이 염려된다"며 "이는 보험사가 강조하는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이 되지 못할뿐 더러 보험업의 본질에 더욱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바라보면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지급결제 허용이 필수적으로 보이나 문제는 해당 보험사가 파산했을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에 책임 소재를 누가 지게 되느냐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올초 보험사 지급결제업무 허용과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입장을 표명했지만 특정 보험사가 지급결제여력의 급격한 저하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로 파산시, 지급결제용 자산의 소유권을 두고 보험사, 채권단, 소비자 간에 법적 소송 문제의 발생 혹은 가처분 금지나 가압류 등의 문제로 지급결제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증권사 지급결제시스템 참여는 허용됐으나 보험사는 제외돼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보험사의 지급결제 대상 상품이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 상품이 지급결제용 상품으로 활용되면 해당 상품이 금융실명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보험사들이 지급결제 업무를 참여에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보다 구체적이고 시행 가능한 지급결제의 대상 상품부터 제시되고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인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