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6월’마다 무지개색 시계를 내놓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25 16:16수정 2023-08-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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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다음달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전 세계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커뮤니티와 평등을 옹호하는 인권 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기획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무지개색을 적용한 프라이드 에디션인데요. 2015년 퀴어축제에 참가한 직원들을 위한 선물로 만들어졌던 이 상품은 올해로 8년째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비교적 관대한 미국 사회이기에 가능한 모습인데요.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도 성소수자를 둘러싼 이념전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플과 달리 성소수자 상품을 전면배치하거나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는 기업들도 있다고 합니다.

▲애플워치 프라이드 에디션 스포츠 밴드. 출처=애플
‘프라이드 먼스’ 기념하는 애플

한국에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알려져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성소수자(퀴어·queer)의 달’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라이드 먼스는 1969년 6월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에서 경찰이 성소수자들을 단속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스톤월 항쟁)가 벌어진 게 계기가 됐습니다. 스톤월 항쟁 1주년 기념 행진을 기획한 브랜드 하워드의 별명 ‘긍지의 어머니’(Mother of Pride)를 따 6월을 ‘프라이드 먼스’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17일 애플이 공개한 애플워치 페이스 및 2개의 밴드는 바로 ‘프리이드 먼스’를 기념해 만들어진 특별 상품입니다. 이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를 주요 디자인 테마로 활용하고 있죠. 처음 고안될 당시 무지개기는 총 8개의 색으로 구성됐지만 인쇄상의 어려움으로 분홍과 남색이 빠지면서 현재는 6개 색으로 구성된 무지개기가 주로 사용됩니다. 애플은 프라이드 에디션 시계 페이스 및 밴드를 내놓으면서 기존 6개 색에 검정, 갈색, 하늘, 분홍, 흰색을 더했습니다. 흑인과 라틴계 커뮤니티 그리고 HIV/에이즈 환자를 상징하는 검은색과 갈색,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를 상징하는 하늘색과 분홍색, 흰색을 추가함으로써 더욱 많은 소수자들을 포용하고자 한 것입니다.

또 올해 프라이드 에디션 스포츠 밴드에는 흰색 바탕에 LGBTQ+와 ‘프라이드’(Pride)란 단어를 수놓은 색상 그라데이션을 선보입니다. 밴드는 조정이 가능한 스포츠 루프 디자인을 바탕으로 ‘pride’란 단어를 나타내기 위해 앞뒤가 다른 2개의 나일론 레이어로 이뤄진 루프에서 일부 직물을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또 전 세계 LGBTQ+ 커뮤니티 내 아티스트와 인물의 정수를 카메라에 담은 새로운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프라이드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입니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디즈니부터 맥주 회사까지…법정으로 간 ‘안티 워크’ 전쟁

애플의 경우 8년째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내에서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이념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형 소매유통체인 ‘타겟’(Target)이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앞두고 매장 전면에 LGBTQ 전용 상품들을 내놨다가 거센 반발 샀다고 합니다. 타겟은 이달 초부터 미 전역의 매장에 트랜스젠더 전용 의류·액세서리·생활용품·서적 등을 진열했는데요. 소비자들의 반발에 이들 상품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타겟 측은 “금년 콜렉션을 매장에 선보인 이후 직원들의 안전과 웰빙에 영향을 미칠만한 위협을 겪었다”며 “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요 반발을 부른 상품들을 매대에서 내리고 그외 상품들도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동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성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정치권과 기업이 갈등을 빚는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보수진영의 '안티 워크' 운동에 따른 것인데요. 보수 정치지인들은 진보적 대의를 지지하는 미국 대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워크(Woke) 자본주의'로 명명하고,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 운영사인 월드디즈니컴퍼니는 최근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와 주지사 간 갈등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플로리다주 의회가 공립학교 저학년생에게 동성애 등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밥 체이팩 당시 디즈니 CEO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죠. 디즈니의 이같은 움직임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에게 그간 줬던 혜택을 빼앗기 위해 자치치구 감독위원 임명 권한을 주지사에게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디즈니 측은 이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자신의 측근을 새 감독위원 자리에 앉혀 결국 자치권을 박탈 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술 더 떠 디즈니월드를 주립공원화하거나 그 옆에 교도소를 짓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는데요. 결국 참다 못한 디즈니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한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며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것에 대해 보복으로 정부 권력을 무기화하려고 한다“며 소송을 낸 것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타겟이 된 곳이 또 있습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 라이트 입니다. 최근 디샌티스는 버드 라이트가 트랜스젠더인 인권 운동가이자 인플루어선 딜런 멀베이니와 마케팅 협업을 했다는 이유로 버드 라이트를 비난했고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지자들이 버드 라이트 불매 운동에 나서게 되면서 주가는 5% 가량 하락했고 버드 라이트 마케팅 부사장이 휴직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안티 워크’(anti-woke)를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이러한 행보에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가 기업을 처벌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는 것이죠.

▲출처=AP뉴시스
‘프라이드 에디션’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은

기업들의 입장도 난처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애플이 올해도 어김없이 특별 워치 밴드를 런칭한 것을 두고 미국 언론은 애플이 디즈니나 버드 라이트와 다른 고객기반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 아이폰의 주 소비자층은 대도시 20·30대 미혼자들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진보적 가치에 대한 수용도 높은 편입니다.

여기에 팀 쿡 애플 CEO의 성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팀 쿡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공연히 밝혀온 것인데요. 2014년 팀 쿡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해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미국 내 지방정부 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대중 앞에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서 이메일과 편지를 받았다. 아이들은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데 그들을 위해 할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동성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팀 쿡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LGBTQ+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전 세계의 놀라운 단체들을 도울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프라이드 에디션 애플 워치 밴드를 출시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미국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 뿐 아니라 사회 각층을 품기 위한 다양성 마케팅 역시 포기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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