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포니…정주영 선대회장의 비전 오롯이 담겨

입력 2023-05-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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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돌아온 ‘포니 쿠페 콘셉트’는 고(故) 정주영 현대차그룹 선대회장의 비전을 다시금 주목하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18일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현대 리유니온’ 행사를 열고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고 19일 밝혔다.

1975년 출시된 국내 첫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는 ‘자동차를 자주적으로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정 선대회장의 의지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포드와 제휴협상…1967년 현대차 설립

정 선대회장은 1940년부터 정비소를 운영하며 자동차의 구조와 기계적인 원리를 터득했다. 그는 독립을 맞이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뿌리인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했다. 정 선대회장은 자동차 회사 포드(FORD)가 한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움직였다. 경제 발전에 대한 비전을 품은, 자동차에 해박한 정 선대회장과 포드와의 제휴 협상이 속도를 내며 1967년 12월 현대차가 설립됐다.

한국은 1960년대 초부터 자동차를 조립 생산했지만, 모두 포드에서 부품을 공수받았다. 현대차가 1968년 울산 조립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차량도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이었다. 코티나는 타사 경쟁 모델보다 큰 차체와 출력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고장이 잦았다. 승용차의 대부분이 택시 등 영업용 차량으로 운영되던 시절이어서 큰 문제였다.

포드가 파견한 조사단은 ‘비포장 도로에서 험한 운행을 자제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포장률이 20% 남짓에 그쳤던 한국 도로 사정상 ‘운행하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이때 현대차는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조립 생산자의 한계를 느꼈고, 한국 땅에 맞는 자동차를 독자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해 그 꿈을 이루려 했다.

그러나 포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포드는 범아시아 진출 계획이 있었지만, 경쟁사인 일본의 토요타가 중국 진출을 위해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하자 현대차와의 합작사 계약 이행을 미뤘다. 급기야 1971년 합작사 설립은 무산됐다.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겠다’

현대차는 1973년 ‘독자 생산’이라는 경영 방침을 공식화했다. 고유 모델 개발뿐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완성차 공장 건설이 절실했다. 제조업 기반이 척박한 한국에서 자동차 개발 경험이 없는 현대차가 독자 생산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정 선대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자동차를 자주적으로 수출하려면 고유 모델이 필요했고, 이는 곧바로 포니 개발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이탈리아의 신생 디자인회사 ‘이탈 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설계 용역을 맡겼다. 이때 주지아로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젊은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택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이어 1973년 10월, 포니의 ‘꽁지 빠진 닭’ 디자인이 나왔다.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성을 갖췄다. 각지고 단순한 직선 스타일로 당시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제조 측면에서 프레스 금형 난도를 낮춘 것이기도 하다. 이 디자인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고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1967년 현대차 설립 이후 7년, 한국전쟁 종전 21년 만이다.

대량 생산 체계로 양산된 첫 국산 고유 모델

포니가 고유 모델로 조명을 받은 것은 ‘대량 생산 체계’에서 개발되고 양산된 첫 ‘국산 고유 모델’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국 브랜드의 고유 모델 기준으로 당시 한국은 기존 8개 자동차 공업국(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체코)에 이어 9번째 고유 모델 출시 국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국가들은 고유 모델을 수출한 ‘글로벌 모델’ 생산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고유 모델은 브랜드가 수출에 대한 의사 결정을 자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 받는다.

포니는 국내에서 개발돼 한국인의 체격과 도로 사정에 적합했다. 조립 생산차보다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경제적인 것이 강점이었다. 포니는 국내에 출시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니가 출시된 1976년 당시, 국내 승용차 판매 대수는 총 2만4618대였는데 포니 단일 모델이 그해 1만726대가 판매되면서 44%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포니2가 출시된 1982년에는 국내 승용차 판매 점유율의 67%(포니1, 2 합산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포니는 출시 첫해부터 포니1이 단종되는 1985년까지, 약 10년간 대한민국 1위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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