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충돌 예고…여야 견해차 '뚜렷'

입력 2023-05-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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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형평성 맞지 않는 포퓰리즘" 野 "경제적 어려움 겪는 청년들에게 버팀목 필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ICL)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일정 소득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재정 부담과 형평성 등을 문제삼으며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모두 불참했다.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이 남아 있지만, 여야 합의 가능성이 낮고 민주당의 강행 처리 의지 또한 확고해 법사위 계류 기간 60일이 지나면 '직회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대학생들이 ICL 제도를 이용할 때 연간소득 금액이 상환기준 소득을 초과하기 전까지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ICL 제도는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연 300만 원)를 대출해주고, 졸업 후 상환기준 소득 이상(올해 기준 연봉 2525만 원)을 올릴 때부터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한 제도다. 개정안은 또한 원리금 상환을 시작한 이후라도 육아휴직·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사라질 경우 이로 인한 유예 기간에 붙는 이자를 면제하고, 재난 발생으로 상환을 유예하는 경우에도 이자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해당 법안이 다른 대출 제도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추가 대출이 발생해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16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은 심지어 소득 8구간, 4인 가구 월 가구 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가구의 청년들까지도 이자를 면제해주도록 돼 있다"며 "그럴 재정이 있다면 저소득층 가구나 자립청년 등 어려운 가구의 청년들을 더 지원하는 것이 사회형평성과 정의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졸 이하 청년들에겐 대출 혜택 자체가 없고 서민소액대출도 이자율이 3~4%인 점을 감안하면 학자금 대출 1.7% 이자를 중산층 가구 청년들까지 면제해주자는 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비용추계 자료에 따르면, 법안에 따라 연간소득 금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기 전까지 이자를 면제할 시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올해 기준 844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대해 그동안의 심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미(未)진학 고졸자나 소상공인 대출과의 형평성 문제, 과도한 추가 대출 유발 등의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선 ICL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아 있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이자 면제 혜택이 확대되면 가수요가 생겨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14일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취업 후 그리고 취업이 된다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언제 취업이 될지 모르는 게 있다"며 "취업이 된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득에 도달하지 않으면 상환 의무가 없다. 그리고 이자까지 면제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청년들로 하여금 '일단은 갖다쓰는 게 유리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기홍 위원장(왼쪽)이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실질적으로 학생 한 명이 받는 혜택이 월 1만 원에 불과하다며 정부·여당이 인색하다고 주장한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학자금 상환 특별법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학자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안"이라며 "어느 때보다 청년들을 위한 버팀목이 필요한 시기다. 윤석열 정부는 본 법안에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밝혔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및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중단한 인원이 2017년 4만7716명에서 2021년 9만8459명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정부 추계에 의하면, 연간 870억 원 정도의 이자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후 학자금 상환대출을 받는 대학생은 약 16% 정도로, 이들이 상환을 유예한 대출금은 평균 650만 원 정도다. 현재 1.7%의 이자를 면제해줄 경우 1년에 11만 원, 한 달에 1만 원 정도 이자가 줄어드는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1만 원의 이자 지원이 과연 포퓰리즘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한편, 법안에 대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본회의 통과 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끌어내는 정국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CL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력하게 주장해 온 법안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조 원 초부자 감세는 되고, 대학생 이자 감면은 안 되느냐. 미국은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며 "대학생 학자금 이자 감면, 일방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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