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 보자기에 노리개까지”…구찌가 한국에 진심인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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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경복궁에 올라가는 구찌 간판?

조선 시대 역대 국왕의 즉위식과 대례를 거행했던 경복궁 근정전에서 16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패션쇼가 열립니다. 조선 왕실 복장과 방문객의 한복이 오가던 근정전에 등장하는 현대 명품 브랜드 패션쇼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질 않는데요.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기대감이 한층 더해진 패션쇼를 선보일 구찌. 이들은 왜 한국 그리고 경복궁에 꽂힌 걸까요?

초대장부터 남다른 ‘경복궁 구찌 패션쇼’

▲(출처=유튜버 박정진 인스타그램 캡처)
구찌가 이번 경복궁 패션쇼를 앞두고 국내 인플루언서들에게 보낸 초대장이 공개됐는데요. 공개된 사진을 보면 구찌는 초대장과 함께 보낸 선물을 단청 무늬와 함께 구찌 로고가 그려진 보자기로 감쌌죠. 영락없는 한국 전통방식의 매듭법뿐 아니라 전통 매듭 장신구인 노리개도 함께했습니다.

보자기를 푸면 나오는 상자 안에는 초대장과 선물이 담겼는데요. 초대장에는 근정전 일러스트와 함께 소나무, 나비 등이 그려져 한층 한국적인 미를 더했습니다. 선물은 선글라스와 가방, 화장품 등이 들어있었죠. 특히 별도의 카드에 한국 보자기와 매듭(노리개)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구찌가 얼마나 한국 패션쇼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2024 크루즈 패션쇼’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아시아에서 구찌가 여는 첫 번째 크루즈 패션쇼입니다. 이번 쇼의 기대감이 남다른 이유는 바로 ‘장소’에 있는데요. 그간 해외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쇼를 열어왔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적인 공간인 경복궁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죠.

경복궁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 천도를 단행하면서 조선 시대에 가장 먼저 지은 궁궐인데요. 1395년 창건된 이래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됐지만, 19세기에 흥선대원군 주도로 중건됐죠. 패션쇼 주 무대가 될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으로 국가적인 대례를 거행하던 장소이자 왕이 공식적으로 신하를 알현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인데요. 경복궁에 입궐했을 때 근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자 대한민국에서 궁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대명사로 꼽히죠. 19세기 중건된 이후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지을 때도 철거당하지 않았고, 1985년 국보 제223호로 지정됐습니다.

그간 구찌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세계 문화유산에서 패션쇼를 펼쳐왔는데요.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궁전과 풀리아에 있는 까르텔 델 몬테,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프랑스 아를의 프롬나드 데 알리스캄프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각국의 문화유산 위에서 자신만의 쇼를 진행했습니다.

작년부터 기다렸다…구찌가 ‘경복궁’을 원한 이유

(출처=문화재청 국가유산포털)
구찌는 이번 경복궁 패션쇼를 위해 오랜 시간 애를 써왔는데요. 지난해 11월 행사를 준비했지만, 국가 애도 기간에 동참하기 위해 전날 행사를 전면 취소했었죠. 하지만 구찌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올해 다시 경복궁 패션쇼를 도전했고, 곧 그 서막이 열리게 됐습니다.

구찌는 패션쇼 성사를 위해 오랜 시간 문화재청에 취지와 계획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난항을 겪으면서도 이번 패션쇼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케링그룹(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 명품 브랜드 소유 그룹)이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구찌 측은 “K컬처가 세계의 관심을 받는 지금, 문화적 확장력의 근간으로서 경복궁이 갖는 의미 역시 우리가 이곳을 주목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죠.

구찌는 경복궁 보전 사업 후원까지 약속했는데요. 지난해 11월 구찌코리아는 향후 3년간 문화재청과 상호협력을 통해 경복궁의 보존 관리와 활용을 위한 활동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름다움은 구찌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약속에 구찌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문화재청과의 협력은 이 훌륭한 유적지의 풍부한 역사적,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 또한 “경복궁은 조선 최고의 법궁이자 궁중 예술, 건축, 한글 창제와 천문학 등의 발전을 이룬 문화와 과학의 중심지”라며 “구찌와의 조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복궁의 진정한 매력을 전 세계가 알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화답했죠.

‘큰 손’이 바로 여기에…구찌, 한국 사랑의 배경

이처럼 구찌가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7위(약 16조7000억 원·유로모니터)의 명품 시장 규모를 자랑합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명품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30% 성장했고요.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 지출이 325달러(약 40만 원)로 세계 1위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죠. 여기에 최근 K콘텐츠의 인기로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서울 잠수교에서 루이비통 프리폴 팬션쇼 모습 (뉴시스)
앞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도 지난달 29일 서울 세빛섬과 잠수교에서 국내서 처음으로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열었는데요. 이날 패션쇼에는 1600여 명가량 참여했는데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비통 여성복 디렉터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 대표 4명이 모두 참석하며 그 규모를 느끼게 했습니다.

루이비통 쇼에서도 ‘큰 매출’을 안겨준 한국에 대한 사랑도 엿보였는데요. 루이비통코리아의 2021년 매출은 1조4681억 원으로 전년(1조467억 원) 대비 4214억 원(40.2%) 늘었습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87.1%나 성장해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시장을 놓고 명품업체들이 벌이는 경쟁이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데요. 특히 구찌의 오랜 두드림이 한국 소비자의 마음과 지갑을 열리게 할 수 있을까요? 작년부터 이어진 포기 없는 ‘빌드업’의 완성, 경복궁 구찌 패션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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