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진료 입법화, 제대로 추진하길

입력 2023-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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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중단 위기에 처했다. 질병관리청이 그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를 연 데 이어 이르면 11일쯤 코로나19 위기단계를 기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지구촌 차원에서 PHEIC가 해제되고 국내에서도 대응조치가 이행되는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PHEIC는 2020년 1월에 선포됐다. WHO가 3년 4개월 만에 그 해제를 결정한 것은 비록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비상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지구촌이 일상을 되찾을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고강도 방역 태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경제 전반의 주름살도 많이 펴질 것이다. 문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행해오던 비대면 진료가 자동 종료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심각’ 단계일 때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가 따로 없다. 비대면 진료 효과는 그간 충분히 입증됐다.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용자 수는 1379만 명, 이용건수는 3661만 건을 넘었다. 이 중 경미한 실수 5건을 제외하면 의료계 일각에서 우려하던 오진과 약물 오남용 등 의료사고는 전무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의 88%가 다시 이용할 의사를 밝히는 등 만족도도 높았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중단을 막기 위해 조속한 법제화를 추진하되 시범사업을 통해 입법이 이뤄지기까지의 공백을 메울 방침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비대면 진료를 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6개국뿐이다. 왜 지금까지 입법이 미뤄져 ‘임시방편’을 찾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당국이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시범사업조차 재진 환자에 국한할 방침이라고 하니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3년여간 비대면 환자의 99%가 초진이었다는 사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초진을 배제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의료 수요자의 권익 확대, 보건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다목적 포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비대면 입법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의료 인력과 병원이 부족한 도서 벽지 거주자들의 건강권부터 제대로 챙길 수 없다. 국내 의료계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이다. 관련 법제를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잘 닦아도 국내 의료 산업은 K팝, K드라마에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입법화를 서두르되 ‘제2의 타다’ 사태를 빚지 않도록 길을 잘 잡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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