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본점 소재지 '서울'로 규정…야당에서도 의견 엇갈려
KDB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지정되면서 본점 이전을 위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다만 부산 이전을 위해선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하고 있는 산업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재했다. 국토부는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산업은행을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처럼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마무리하고, 이를 반영한 이전 계획안을 수립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2022년 1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채택한 뒤 같은 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지난달 3일 금융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날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됐다.
다만, 부산 이전이 실현되려면 행정절차와 별개로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은법의 국회 개정이 이뤄져야한다. 현행 산은법 제4조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여당에서는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내용의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어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앞서 지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등 야당 의원 14명은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의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여러 행정주체 간, 지역 간, 노사 간 갈등 유형을 분석해 공공기관 이전의 사전적 절차 정당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즉, 산업은행 이전을 결정하기에 앞서 국회, 금융위원회, 산업은행과 노조, 지역사회 등 관계자 사이의 사전적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결의안에는 산은 이전이 산은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은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국회가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기까지 부산 이전 추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산은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절차상 하자 및 불법, 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및 고시했다"며 "정부는 위법 행정을 당장 멈추고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논의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에서도 산은 이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인호, 박재호, 민홍철, 전재수, 김두관, 이상호, 김정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이전과 "산업은행은 부산으로 반드시 이전돼야 한다"며 "우리 당은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했던 정당으로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고 있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에서는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당론도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의힘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정해서 우리 원내대표와 협상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미흡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광역시당 수석대변인인 이주환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조만간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부산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6월까지는 산업은행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