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이후 단순 반복적 작업은 인간이 인공지능의 상대가 되지 못하게 됐다. 수많은 이미지에서 이상한 것(불량품이거나 암 등)을 찾거나 정확히 일치하는 것(얼굴 및 보행 패턴 인식 등)을 찾는 것은 인공지능에는 쉬운 일이 됐다. 더군다나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일이라는 것이 쪼개 보면 많은 ‘단순 반복적’인 작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 자동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그리고 많은 보고서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협에 경고하고 인공지능이 하기 어려운 일, 직업이 앞으로 유망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인공지능으로 누구나 전문가 가능
당시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으로 화가·조각가, 사진작가·사진사, 작가, 음악가, 애니메이터·만화가 등이 꼽혔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런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인공지능이 그린 이미지가 미술대회에서 수상하고, 심지어는 유명한 사진전에서 상을 받게 되자 출품자가 인공지능 작품이라고 실토를 하며 수상을 포기했다. 심사하는 전문가들조차 실체인 피사체를 찍은 사진으로 속은 것이다. 인간이 많은 시간의 훈련을 거쳐 도달하거나 숙달할 수 있는 기능이 인공지능에는 짧은 시간 안에 수없이 ‘단순 반복적’으로 훈련해 습득할 수 있는 기능이 된 것이다. ‘전문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챗GPT, GPT-4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고소득 전문직을 위협할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하는, 주로 컴퓨터로 일하는 고학력 전문직의 대표적 직업은 의사, 변호사, 경영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야의 전문직 시험을 인공지능이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경험치)을 보여주었는데, 여기에 더해 기본적인 지식과 사고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조만간 인공지능 기반의 법률, 의료, 경영 상담 서비스가 등장하고 각광받게 될 것이다. 그럼 인공지능으로 전문직 일자리도 위협을 받게 될까? 아마 당분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권한, 자격이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이라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 투쟁의 영역이다.
기득권 안주 말고 사회발전 앞장서야
그런데 전문직의 기득권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문직이 사라진다는 것인가?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명확하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권력이었다. 인쇄술의 등장 이전에 지식은 소수의 성직자, 관료,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책을 대량으로 찍어 내는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지식은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에서 새로운 더 큰 집단, 학자와 전문가는 물론 평민도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의 등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식 생산과 유통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고급 지식은 전문가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전문적인 지식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갖추고 활용하기 쉽게 되고 있다. 이는 전문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역사의 방향은 명확하다. 빨리 전문가의 기득권, 자격의 벽을 허물고 전문가가 늘어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