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韓 우크라 무기 지원 시사에 반발...식품업체는 ‘좌불안석’

입력 2023-04-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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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팔도도시락 (사진제공=팔도)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 논란에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러시아 사업 확대에 나선 식품업체들이 노심초사다. 업계는 이번 사태에 따른 러시아 현지 반응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적대적인 반러시아 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통산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의 중대한 위반 등 상황에서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국가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던 입장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 “전쟁 때 되레 매출 올랐다” vs “이미지 나빠지면 악영향”

최근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선 식품업체들은 러시아가 한국을 현재 적대국으로 지정한 것은 아닌 만큼 당장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 중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팔도, 오리온 등이 수출은 물론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에 적극적이다. 빙그레의 꽃게랑과 오뚜기의 마요네즈도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피해가 없었고,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면서 “이번에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아무 조치도 나오지 않은 만큼 직접 영향은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식품회사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있다. 논란이 조속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팔도도시락을 파는 팔도 러시아 현지법인(도시락루스, 리잔, 코야)의 합산 매출은 2019년 2833억 원에서 2021년에는 3036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국내 식품업체 중 러시아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도 지난해 러시아 매출이 80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3.4% 올랐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79.4% 성장한 2098억 원, 영업이익은 106.9% 성장한 348억 원을 달성했다. 2017년 773억 원이던 매출은 현지에서 초코파이의 인기에 힘입어 2021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1년 만에 매출은 2배 가까이 치솟으며 2000억 원을 넘겼다. 5년간 매출 성장률은 2.7배에 달한다.

▲리투아니아 샤울리아이 공군기지에서 실시된 NATO 대공방어훈련에 참여한 미국 장병들이 패트리엇 미사일 앞에 서 있다. 빌뉴스/AP연합뉴스

◇ 글로벌 식품업체 러시아서 철수…현지 사업 강화 나선 식품사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글로벌 외식업체의 러시아 철수로 국내 식품업계는 현지 사업 강화로 빈자리를 노리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팔도는 2019년 러시아에 진출해 국민라면으로 불리는 팔도도시락을 판매 중이다. 현지에서 2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팔도는 2021년 약 280억 원을 들여 생산 라인과 일부 건물을 증축했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식품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 부문 인수로 현지 사업 강화에 나선 상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러시아 내 세 번째 공장인 트베리 신공장을 가동했고, 올해 트베리 구공장의 파이, 비스킷 라인을 신공장으로 옯겼다. 신규 카테고리인 젤리를 비롯해 총 3개 라인을 추가로 구축해 고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러시아서 2007년 판매법인을 설립해 현지서 사업에 나서 이듬해 생산법인도 설립했다. 여기서는 크런치와 캔디, 초코파이 등을 생산 중으로 2021년 11월에는 초코파이 인기에 3번째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키운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이미지 악화에 따른 타격을 우려한다. 최근 국내 식품사들의 러시아 사업 순항은 전쟁에 따른 장기 저장 식품 수요와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글로벌 식품업체들의 러시아 철수, 반미 정서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우리나라가 적대국으로 이미지를 굳히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커질 경우 러시아 정부 제재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며 “일부 식품의 경우 국민 간식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적대국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씌여지면 좋을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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