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에 근접한 주담대, 정상인가

입력 2023-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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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가 어제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를 3.56%로 고시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3.50%)와의 격차가 0.06%포인트에 그친다. 전달 금리는 3.53%를 기록해 2019년 8월(코픽스 1.52%, 기준금리 1.50%) 0.02%포인트 차 이후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에 가장 근접하기도 했다. 어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근방에서 맴돈다. 정상으로 봐야 하는가.

코픽스 금리란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수신상품의 금액과 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로, 각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정할 때 준거금리로 삼는 지표 중 하나다. 이 금리가 저공비행을 하니 주담대 금리도 저공비행을 한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66~5.85%를 기록했다고 한다. 주담대 금리가 곧 소폭 오르겠지만 미세한 조정에 그칠 것이다.

주담대를 비롯한 현재의 대출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2021년 8월 수준으로 거의 다 되돌아갔다는 것이 은행권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려 유동성을 조였지만 시장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돌아간다. 시중 금리만이 아니다. 은행 주담대 잔액은 3월 말 기준 800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 속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1월 이후 800조 원 돌파는 처음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효험을 내기는커녕 시장 거품만 커진 결과다. 21일 취임 1년을 맞는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소통에 앞장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대출금리가 한은의 긴축 정책과 소통 노력에 부합하는 결과인지 의문이다.

한은은 코픽스 금리 내림세가 너무 가팔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4.34%에서 불과 4개월 만에 0.78%포인트나 떨어졌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번지는 대내외 환경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변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 감독 당국의 작위적 금리 개입이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어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광폭 행보에 금융권이 피로감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짙다는 방증일 것이다. 원화 가치 보호를 위해 유동성을 죄는 한은 통화정책마저 이런 기류에 밀려 무력화하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은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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