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지적장애 여성, "치욕스럽다"…마을 주민 13명에 성폭행 피해

입력 2023-04-16 00:08수정 2023-04-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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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털어놨다.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열세 명의 공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작은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주민 300가구가 사는 전라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50대 여성 박순영 씨. 그녀는 마을 주민 1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꾸민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피해자라고 나서는 이들도 있었으며, 한편에서는 딸이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잘 안되자 박순영 씨를 데리고 마을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딸 이민지 씨의 말은 조금 달랐다. 민지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알았다. 작년 2월 아버지 장례를 다 치르고, 엄마가 남자들이 집에 와서 무섭다고 하더라. 그때 모든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민지 씨에 따르면 순영 씨는 남편이 간이식 부작용으로 임종이 임박하자, 찾아올 자녀들을 위해 주유소에서 남방용 기름을 주문했다. 하지만 기름을 가져온 남성은 남편의 건강 상태를 물은 뒤 위독하자고 하자 성폭행을 저질렀다.

민지 씨는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지속적으로 당했다.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찾아왔다고 한다”라며 “엄마는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다. 내가 성격이 칼 같기도 하고 또 아빠가 살아계셔서 말을 못 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순영 씨의 진술서에는 총 13명의 가해자가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마을 남성이다. 2021년 마트에 다녀오던 중 차 안에서 성추행을 하고 며칠 뒤엔 성폭행까지 한 의혹을 받는 오 씨는 “그냥 알고 지낼 뿐 따로 만난 적은 없다”라고 되려 분노했다.

유 씨 역시 “내가 피해자다. 내가 당한 거다”라며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새벽 4시에 찾아와서 해달라고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산과 집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 씨도 “자기가 요구했다. 정신이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순영 씨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에는 싹싹하고 생활력도 강했지만, 점점 이상해졌다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실제로 19살에 시집와 4남매를 낳고 착실하게 살아온 순영 씨는 마흔셋이던 2012년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검진 결과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이었고, 이로 인해 서서히 지적 장애가 찾아왔다.

민지 씨는 순영 씨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왔다고 짐작했다. 이 일을 알고 나서야 민지 씨는 엄마를 장애인으로 등록했다. 순영 씨는 IQ 56, 8살 2개월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진 것으로 나왔다.

제작진을 만난 순영 씨는 표현 능력은 떨어졌지만 기억력은 생생했다. 당시에 대해 “싫은데 차 태우고 가서 창피하게 그런 짓을 했다. 안 만나주면 집에도 오고 전화도 왔다. 창피해서 하기 싫은데. 관계하면 내가 아픈 게 낫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성관계를 할 경우 지적장애가 낫는다고 말한 이는 매일 순영 씨가 집으로 찾아와 관계를 요구했다고 말한 유 씨였다.

순영 씨는 산에서 성폭행을 했다는 문 씨에 대해서도 “치욕스러웠다. 남자니까 힘이 너무 세서 나를 눕혔다. 사람이 봤으면 살려달라고 했을 텐데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초 진술과 같이 일관된 진술이었다.

순영 씨는 “나 똘똘하게 살았다. 하지만 아픈 뒤로 잘 안된다. 마흔에 쓰러졌다. 이것저것 키우며 잘 살았다. 힘들었어도 그때가 행복했다”라며 “일이 힘들어도 그때가 봄날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지금은 시궁창 같은 인생이 되었다. 그래서 슬프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순영 씨는 지난해 4월 가해자들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모두 풀려났다.

순영 씨의 집에 난방 기름을 넣으러 왔다가 성폭행한 정 씨만이 장애인 주 강간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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