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인공지능이 기사를 작성하는 세상 - 챗GPT, 교열도 삼키나

입력 2023-04-12 19:54수정 2023-04-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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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쳤다. 전날 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훑어봤던 인터넷상 수많은 뉴스들…. 검색에 검색을 반복하다 잠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읽었던 기사를 다음 날 아침 신문에서 다시 맞이하면 반갑기까지 하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ChatGPT’(이하 챗GPT)가 내놓은 편향적 정보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에 대한 우려를 담은 한 전문가의 글을 칼럼에서 접했다.

우리 일상에서 챗GPT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 같다. ‘오픈AI’ ‘챗봇’ ‘인공지능’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색어 상단에서 볼 수 없었던 단어들이 최근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한 후로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각 언론사의 칼럼에도 각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챗GPT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섞인 논평이 자주 보인다. ‘챗GPT’라는 낯선 용어를 처음 들은 게 한 달 남짓인 것 같은데, 그새 익숙한 단어가 됐다.

‘감히’ 경외감마저 드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능력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이미 높은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내놓은 전문가의 논평과 각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심층취재를 통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한 기사들이 넘쳐나는데, 그 노고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민망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챗GPT 입문자로서 첫 질문 후의 느낌과 집요한 질문을 통해 얻게 된 챗GPT의 한계를 교열과 연계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챗GPT가 쓴 기사는 어떨까

챗GPT에 회원가입을 한 후 신문을 펼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을 첫 질문으로 선택했다.(영어로 질문하면 영어로 답해 주고, 한글로 물으면 한글로 답변을 해 준다.)

웹사이트의 채팅창에 “현대경제연구원이 2023년 3월 발표한 ‘고물가 현상 언제까지 지속되나? 관리물가로 본 고물가 현상’ 보고서 자료를 바탕으로 취재기자가 기사를 쓰는 형식으로 작성해 주세요”라고 입력한 후 엔터키를 눌렀다. 필자의 질문 밑으로 커서가 순간 깜빡이더니 이내 기사가 막힘없이 써지기 시작했다.

챗GPT 답변 - 현대경제연구원이 2023년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물가 상승세가 고물가 현상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보고서는 전기료, 도시가스 등 생활 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책 등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따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과 민간 투자 확대, 기술 혁신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고물가 현상이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자들의 구매력 하락과 기업들의 경영 환경 악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위 기사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초’였다. 질문과 동시에 답변 창에 한 글자, 한 글자가 쉼 없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답변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너무 빠른 답변 속도에 ‘인간과는 경쟁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기사 내용은 차치하고 글 전개 방식이나 기사 완성 속도만 평가하자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다. 단어 하나만 띄어쓰기 오류(생활 필수품→생활필수품)가 있었고, 비문이라고 지적할 만한 데는 보이지 않았다.

반복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질문 내용이 자세할수록 답변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위 질문(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처음이라 영민하게 접근하지 못했다)과 같이 지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을 얻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챗GPT가 막힘없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챗GPT의 기사 작성이 사람과 경쟁할 만한 수준에 오르게 되면 사람이 쓴 기사를 교열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이미 한글맞춤법 규정, 외래어표기법 등 문법적 영역의 학습을 완료했다.

그렇다면 방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습득·재가공하는 능력도 탁월한 인공지능을 상대로 과연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의 경쟁력이 있을까?

다음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사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예제 1)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일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및 해제를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제 2)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일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감염률이 감소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가)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일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및 해제를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라는 문장에서는 “의무 조정 및 해제”라는 표현이 애매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일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는 문장에서는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라는 표현이 애매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감염률이 감소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라고 할 수 있다.

예제 1은 모 언론사의 기자가 작성한 글이다. 예제 2는 예제 1의 내용을 인공지능이 교열한 후 내놓은 글이며, ‘추가’는 인공지능이 예제 2를 작성한 다음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예제 1과 2 중 어떤 글이 더 잘 쓴 것이라고 보는가?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다만 놀라운 것은 인공지능이 예제 1의 글을 다듬고 예제 2를 만들어내는 데에 단 1초의 멈춤도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인공지능이 ‘추가’와 같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표현을 찾아 제시했다는 점도 단순히 딱딱한 답변을 기대했던 필자에게 신선한(인간과 대화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과연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에 기사 교열을 맡겨도 될까?

인공지능은 정보 검색·분석 능력은 뛰어나지만, 현재로서는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필요 정보를 유도하는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 한계가 있다. 인간 가치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판단, 직관적인 판단력을 요하는 분야와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확한 표현을 찾거나 오류를 바로잡아 고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인간 사고에 내재된 창의성은 인공지능이 따라잡기에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공지능이 시, 소설과 같은 작가의 고유 창작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졌다.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오류를 잡는 데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질문을 해봤다.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는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윤동주의 육필 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서시’ 일부, 사진제공 문화재청
질문 - 윤동주의 서시 원본을 보고 싶어요

챗GPT 답변 -

윤동주의 서시 원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인공지능은 커서를 깜빡이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단 3초 만에 위 시를 화면에 내놓았다.(수일 동안 챗GPT와 대화하며 느낀 점인데, 시처럼 정형화돼 있어 바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은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리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알려준 이 시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시의 원본과 비교해 본 결과 오류가 있는 부분이 확인됐다. 그중 원본과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을 한 행씩 골라 인공지능에 다시 물었다.

질문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인가요?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인가요? 또,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인가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인가요?

챗GPT 답변 - 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전 답변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점 부끄럼 없기를”이 아니라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입니다.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이 맞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한 점’과 ‘한점’ 중 무엇이 맞는지에 대한 물음에 인공지능은 ‘한 점’이 맞다고 하였다. 인공지능이 틀린 답변을 내놨다. 현재 맞춤법 규정으로 봤을 때는 맞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원본에서는 ‘한점’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 답변에서 ‘죽어가는 것들을’이라고 적은 것은 이후 답변에서는 ‘죽어가는 것을’이라고 원본에 맞게 수정되었다.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너무 깐깐하게 따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질문의 핵심은 ‘시의 원본’이다. 시에는 시인의 생각이 짧은 글 속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오자를 쓴 것처럼 보여도, 띄어쓰기를 무시한 채 잘못 붙여 쓴 것처럼 보여도 함부로 고칠 수 없다. 세세한 부분에도 작가 고유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런 오류가 단 하나라도 생긴다면 그 글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프로그래밍된 기계가 시와 같은 인간의 독특한 창작품을 함부로 교열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오류가 발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챗GPT 답변 - 적용된 자연어 처리 기술의 한계와 제가 학습한 데이터의 한계 때문입니다. 챗봇 모델은 훈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자연스러운 회화를 생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항상 정확하게 대답을 제공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와 오자가 있었던 것은 단순한 오타일 수도 있지만,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이나 키보드 입력 오류, 텍스트 처리 과정에서의 오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갖추지 못한, 인간만이 갖는 능력

그렇다. 인간과는 달리 인공지능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보를 잘못 제공해 큰 문제를 불러일으켜도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야기된 한계라고,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한 문제라고 탓할 뿐이다.

지난 수일 동안 챗GPT와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 뛰어난 ‘언어 능력자’이지만, 모든 일을 온전히 믿고 맡기기에는 불안 요소가 여전히 너무 많다는 점이다.

챗GPT는 최근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해 틀린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했다.(2021년까지의 정보를 취합해 학습했기 때문에 이후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일일이 지적하며 수차례 질문을 이어간 끝에야 챗GPT는 오류 부분을 수정, 최종적으로 바른 답변을 내놓았다.)

과거에 관행적으로 써왔던 차별어(절름발이 행정, 꿀 먹은 벙어리 등)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문맥을 잘 살펴 적절한 대체어를 찾는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다.

치밀한 사실 검증(팩트 체크) 능력과 함께 통찰력, 직관력으로 인공지능의 취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고 믿는다.

교열기자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세상을 기다리며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을 거듭하듯 인공지능 또한 수많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곧 매체 산업에서도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업하여 더 정확하면서도 빠른 정보 전달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국민의 알 권리를 현재보다 더 충족시켜 주는 발전된 정보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인류는 항상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기술들의 토대 위에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영위하며 살고 있지 않는가.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 깊숙이 관여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공헌하며 공생관계에 있을 것 같다.

미래 어느 날, 숙련된 챗GPT와 협업하며 교열하는 나의 모습을 꿈꾸며 오늘밤에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검색 키워드는 ‘챗GPT, 교열도 삼키나’.

※ 이 글은 한국어문기자협회 ‘말과 글’ 2023년 봄 제174호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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