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서사원, 공공돌봄 기능 찾아야 살 수 있다

입력 2023-04-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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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황정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급히 먹는 떡은 체하는 법. 결국 체하고 탈이 났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이야기다.

서사원은 2019년 ‘시범’이라는 명목으로 문을 열었다. 경기, 경남, 대구가 함께 했다. 당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민간 공급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공공성을 확보하고 일자리 질을 제고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어서 목표 달성이 어렵다”거나 “사회서비스원의 모범적 운영모델 확산만으로는 공공성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요양보호사의 근로조건 특수성 때문에 모든 인력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임금체계는 서비스 유형별 특성과 직무의 전문성, 난이도에 따라 차별 구성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책임성과 전문성도 함께 확보되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규직·일률적 월급제로 출범

우려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하고 서사원은 돌봄 근로자의 정규직제와 일률적인 월급제를 도입해 출범했다. 전국에서 유일했다. 규모도 2022년까지 소속기관 47개소 운영, 인력 4016명 고용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내놓았지만 2023년 3월 말 현재 21개소, 476명이다.

건너들은 이야기로는 섣부른 정치 논리가 전문가의 100가지 제언을 아울렀다 한다. 법은 2022년 시행됐다. 시범사업 후 3년이 지나서다. 법이 앞서고 조례가 뒤따라 법규를 마련한 위에 조직을 세우는 게 합리적인데 거꾸로다. 상식이 온데간데없는 요즘,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아무튼 제시된 문제들의 해결 없이 사업은 급히 추진됐다.

시범사업은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 앞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시험 삼아 실시하는 사업이다. 4년의 시간이 지났다. 계속해야 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할 시기다. ‘지금 이대로는 아니다’가 서사원 예산 100억원 삭감을 낳았다.

사회 변화에 따라 돌봄의 영역은 확대되고 그 가치는 무거워졌다. 서사원의 목적은 그래서 의미가 깊은데 정치 논리에 의한 졸속 행정으로 그 틀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시작했으나 그의 죽음 이후 급격히 계획이 철회되고 예산이 삭감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의 돌봄서비스 제공이 중심이 된 서사원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한다. 하나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이다. 후자의 실천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깊은 생각 없이 퍼주면 된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공공성 강화는 쉽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심사(深思)에 숙고(熟考)를 더해야 한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종사자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지 못했고 지금도 그러지 못한 상태다.

인건비가 과도하다. 수익이 형편없다. 운영과 구조가 비효율적이다. 매년 적자다. 사기업이라면 이때쯤 망해야 정상이다. 사서원을 향한 비난의 강도가 에스컬레이트되었고 그 결과로 예산 100억원 삭감 사태가 벌어졌다.

향상된 근로조건 걸맞은 공공성을

4년간의 시범사업에 대해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이래도 저래도 저항과 풍파가 예상된다. 다른 이유가 앞설 수 없다. 서사원은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 무엇보다 고려되어야 할 사실이다. 시민의 혈세인 세금은, 한정된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 공동의 행복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향상된 근로조건에 걸맞은 공공성을 발휘해야 한다. 사각지대에서 실종된 공공돌봄 기능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서울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서사원이 지속가능한 기관으로 남을 수 있는 올바르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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