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비전에 대한 순수함이 기업을 이끄는 원동력

입력 2023-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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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10여 년간 스타트업씬에 있으면서 가장 힘든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린랩스는 지난달 말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였다.

나와 우리 팀이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다. 사회에 의미 있는 한 줄기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팀이었기 때문이리라. 비전에 대한 순수함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노력해야 많은 사람이 감동받고 그 도전에 응원해주는 것 같다.

직원·주주·고객이 지지하는 기업

기업이란 많은 외부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잘될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그때마다 항상 역경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끊임없이 지지해주는 내부 직원들, 주주들, 그리고 고객들이다. 이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어떤 경제적인 계약인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일념, 비전이다.

무릇 큰일을 일구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많은 자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가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이익만을 노린다면, 처음 가정했던 상황이 흐트러지는 내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비전에 대한 순수함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발끝만 바라보고 달리면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멀지만 희망찬 목표점을 보고 달리면 이 모든 것은 해결해야 하는 이슈이고 과정인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성장을 외치던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처했고, 그린랩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동성 위기와 함께 창업자들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고, 수개월의 뼈아픈 구조조정을 겪었다. 많은 회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와중에 그래도 그린랩스가 주주들의 지지를 다시 한번 받고, 그에 따른 투자를 다시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농업, 식량 혁신에 대한 당위성과 그에 대한 팀의 순수한 비전과 실행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인류가 화성에 갈 수 있다는 비전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내부 직원, 주주, 외부 여론을 감동시켜 지금까지 왔다. 쿠팡도 많은 사람이 엄청난 규모의 적자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망할 거라고 했지만,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자상거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농의 디지털화로 식량문제 혁신

그린랩스 역시 인류의 식량 문제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업이 디지털화되어야 하고, 농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농의 디지털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비전으로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농 국가인 한국 농민의 80%가 사용하는 팜모닝은 그린랩스의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올해 들어 점점 더 많은 농민들이 농작업을 올리고, 가이드를 주고받고, 더 나은 판로와 농자재를 찾으며 그 성장세가 눈에 띈다. 아직 3년 차에 접어든 초기 서비스인 데다 사용자의 대부분이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60대임을 고려할 때 참으로 유의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농업 디지털화의 첫 번째 단계는 소농들이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우리는 농민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및 유통구조가 변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또한 회사의 급작스러운 어려움으로 잠시 미뤄두었던, 소농을 위한 글로벌 서비스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이 한국을 넘어 전 인류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린랩스는 지금 단단하게 바닥을 다지고 있다. 우리의 꿈은 인류 전체의 번영을 위한 것이고, 여기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과정 속에 잠시 미끄러진 것뿐이다. 목표는 순수하지만 그 실행은 철저히 냉철해야 한다. 우리의 여정을 지켜봐 주시길, 우리가 또 다른 멋진 사례가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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