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금융 교육 대폭 보완해야

입력 2023-03-3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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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금융 이해력이 낙제점을 가까스로 면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발표로 어제 보도된 ‘2022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해력 점수는 66.5점(만점 100점)으로 2020년 65.1점과 대동소이했다. 이자 개념의 이해 등 금융지식, 가계예산 관리 등 금융행위, 저축·소비 선호 등 금융태도로 나눠 이해력을 집계한 결과가 이렇다. 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표준방법에 따라 지난해 8월 29일부터 11월 말까지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그나마 나았다. 점수는 69점이다. 단연 주목되는 것은 막 졸업장을 쥐고 사회로 나온 20대가 30대는 물론이고 40·50대보다도 처지는 금융 이해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에 비해 여러모로 부실한 교육과정의 한계를 여실히 체감케 한다.

이번 조사만이 아니다. 이번 조사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11월 기획재정부가 초·중·고교 학생 50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경제 이해력 조사도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웅변했다. 각급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 60점에 미달했다. 환율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의 정답자는 24.7%로 4명 중 1명꼴에 그쳤고, ‘실질이자율’을 아는 고교생은 38%에 불과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이 세계 금융계를 지배하는 유대인이나 EU를 이끄는 독일인에게 뒤질 리는 없다.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의 두뇌를 자랑한다. 하지만 경제·금융 이해력은 딴판이다. 서구권 젊은이들이 가정·학교 교육을 통해 탄탄한 경제·금융 지식으로 중무장을 하고 사회에 나서는 데 반해 우리 젊은이들은 경제 문맹, 금융 문맹에 가까운 상태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러니 근래 날로 보편화하는 금융상품 투자를 하면서도 금융기관이나 전문가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친구, 가족, 지인의 ‘믿거나 말거나’ 추천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제12차 경제교육관리위원회를 통해 학교 경제교육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가 진정 경제교육 내실화를 원한다면 경제이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경제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놓는 각급 학교 교사의 비율이 70~80%에 달하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최근 신간을 들고 서울을 찾은 영국 런던대의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경제 문맹 퇴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경제·금융 문맹을 무더기로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을 어찌 보완할지 중지를 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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