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상 보면 사형" 정부, 북한 인권보고서 첫 공개

입력 2023-03-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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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처형 목격 증언, 2020년까지 매년 수집…아동 포함 주민 집단 동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무분별한 반공화국압살책동에 미쳐날뛰는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집회가 22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되였다"고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상황을 일반 국민들이 널리 알 수 있도록 '2023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31일 공개한다.

북한 인권보고서는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2018년부터 매년 발간돼 왔지만, 일반에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통일 탈북민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와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해 비공개했는데, 올해부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방침을 바꿨다.

보고서는 최근의 북한 인권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술됐다. 정부는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발생한 최근 북한 인권 상황을 실태 중심으로, 인권 규약상 권리별로 균형적·객관적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약 4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크게 4개 장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국경 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있으며, 구금시설에서 수형자가 도주하다가 붙잡혀 공개처형되거나 피구금자가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북한에서는 사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형법개정을 통해 사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범죄의 수를 늘려왔으며, 최근에는 비상방역법, 마약범죄방지법 등의 특별법을 제정해 방역 조치 위반행위 등에도 사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마약 거래, 한국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이 수집됐다. 18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에게 사형이 집행된 사례들도 소개됐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2020년까지 매년 수집됐다. 공개처형은 대체로 운동장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총살의 방식으로 실시됐고, 여기에 학교, 기업소, 인민반 등을 통해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집단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험대상자의 동의 없이 실시된 북한당국에 의한 생체실험에 대한 증언들도 수집됐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면서 당국의 감시와 통제도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09연합지휘부라는 특별 전담조직을 구성해 가택수색, 길거리 불시검문 등으로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을 단속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이 널리 유포되면서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뿐만 아니라 외부정보로부터 영향받을 수 있는 옷차림, 생활방식 등까지 단속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부정보 접촉·보관·유포에 대해 노동교화형 10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접촉·보관·유포한 경우에는 더욱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보고서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특히,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첫 공개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번 보고서의 발간은 단순히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데 있지 않으며, 현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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