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올해 행동주의 펀드가 결국 주총에서는 쓴맛을 보고 있다. 기존보다 훨씬 많은 현금 배당 등을 안건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연금 등이 대부분 반대하며 나섰고, 의결권 자문사 등도 사측의 손을 들어준 곳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BYC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 배당 확대, 자사주 취득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입장문을 내고 “BYC가 3% 룰을 적용하지 못하게 정관 변경으로 꼼수를 부렸다”면서 경영진과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 고발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주주제안은 실패로 돌아갔다.
같은 날 KISCO홀딩스와 그 계열사인 한국철강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가 낸 주주제안도 줄줄이 부결됐다.
28일엔 KT&G가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이 열리기 전 안다자산운용이 ‘KGC인삼공사 분할 상장’을 안건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안다자산운용이 플래시라이트캐피털(FCP)과 함께 △현금 배당 최대 1만 원 △자사주 소각 △분기 배당 신설 △사외이사 확대 등도 제안했지만 지분 8.03%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요 안건에 사측 손을 들어주기로 하면서 분기 배당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다.
특히 FCP는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매직’으로 유명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올렸지만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ESG기준원이 반대를 권고하면서 사측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KT&G 안건에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결국 완승을 거뒀다.
시끄러운 곳이 또 있다. 29일 주총이 열리는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 부문(팹리스)을 담당해온 브랜드 사업부를 분할하고 물적분할을 통해 ‘DB팹리스(가칭)’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이번 분할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주주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다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하면서 가결 가능성도 나온다.
30일엔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총에서 JB금융지주에 요구한 배당 확대 등도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대 주주로 △배당성향 확대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주주안건으로 제출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JB금융 손을 들어준 상태다.
31일엔 남양유업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운용은 △일반 주주 지분 50% 주당 82만 원에 공개매수 △주당 2만 원 배당 △5분의 1 액면분할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53.08%로 현실적으로 승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 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도 주주총회에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해 주주제안 안건 상정 기업은 44곳으로 지난해 28곳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