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카드’ 꺼낸 러시아…진짜 핵전쟁 일어날 가능성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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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한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죠. 러시아가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한 건 소련 해체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대와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10대를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며 7월 1일까지 저장고를 완공하는 계획까지 발표했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핵 충돌은 한때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가능한 영역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핵전쟁, 얼마나 가까이 온 걸까요.

갈수록 커지는 핵전쟁 위험…핵 감축 시도는 했지만

세계를 양분한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시대부터 핵전쟁 위험은 상존했습니다. 세계는 핵 감축을 위해 여러 방편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는데요.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미국과 러시아가 있었습니다. 핵 보유와 관련한 국제적 논의는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해 공식적인 다섯 번째 핵보유국이 탄생하며 시작됐습니다. 이는 1968년 7월 체결된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이어졌고,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국은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들이 서명한 NPT 조약 6조는 핵무기를 보유한 체결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핵무기 경쟁 중지 및 군비 축소를 위한 교섭을 성실하게 추진해야 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핵 군축과 핵무기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이어졌죠. 미-소 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1972, 1979), UN 군축회의(1978), 미-소 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TF, 1987) 등이 이 시기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영변에 핵 시설을 설치했다는 사실이 1989년께 알려졌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등 국가는 NPT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핵 억제에 앞장서던 미국도 21세기 들어 핵무기를 미국의 핵심 전력으로 분류했습니다. 이에 핵전쟁 위험이 다시 세계의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핵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가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러시아와 미국이 맺은 신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대표적입니다.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핵탄두 운반을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죠.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벨라루스 핵 배치를 주장해 불안이 커지고 있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크렘린궁 제공/스푸트니크 연합뉴스)
러시아발 핵전쟁 가능성 있을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행동이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행동에 촉각을 기울이는 건 러시아가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과학자 연맹(FAS)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탄두 5977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장거리 목표물에 적합한 탄도 미사일과 로켓이 포함된 수치인데요. 미국은 핵탄두 5428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보다 550개가량 적은 수치죠.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중 약 32%(1912발)는 전술핵무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에 벨라루스로 옮긴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에는 전술핵이 탑재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언론에 이번 조치에 관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으로부터 장기간 핵 배치 요청이 있었다”며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튀르키에 등 나토 동맹국에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NPT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셈입니다.

서방은 이번 조치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해석합니다. 러시아가 나토 가입국들과 우크라이나에 접한 벨라루스를 통해 미국 진영에 경고하고자 했다는 건데요. 이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이 (이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전술 무기로 겁을 주는 것뿐임을 인정한 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방송 CNN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후 푸틴 대통령이 ‘증가하는’ 핵전쟁 위협을 경고하며 모스크바가 선제 사용 금지 원칙을 포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러한 계획은 푸틴이 ‘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도 아직 안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CNN에 “우리는 우리의 핵전략을 조정할 이유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2022년 2월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AP/뉴시스)
전술핵 하나에 축구장 2829개 면적 피해…핵전쟁 피해는 그 이상

실제 전쟁의 위험은 적다 해도, 핵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만약 벨라루스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러시아 측 주장대로라면 벨라루스에 옮겨진 건 전술핵무기인데, 이는 핵무기 가운데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받죠. 전장에서 특정 목표 타격을 위해 소형화한 핵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지역 등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략핵은 일대를 초토화합니다.

그렇다고 전술핵이 정말 ‘약한’ 것은 아닙니다. 전술핵의 위력은 수 킬로톤 규모로 반경 수 ㎞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1킬로톤은 TNT 폭약 1000톤 위력인데요. 알렉스 웰러스타인 미국 스티븐스 공대 교수가 제작한 핵폭발 시뮬레이션 웹사이트 ‘누크맵’에 따르면, 10킬로톤 규모 전술핵을 지상에서 터뜨렸을 때 피해 범위는 최대 20.2㎢로 축구장 2829개 수준에 달합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 4만여 명과 10만여 명에 이르죠.

다만 이는 국지전 사용을 목적으로 한 전술핵 기준입니다. 실제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텐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파괴력이 15킬로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폭심지 반경 2㎞ 내 건물이 날아가고 7만여 명이 즉사했죠. 히로시마를 타격한 핵폭탄 ‘리틀보이’는 상공 580m에서 폭발했는데요. 핵무기의 경우 상공보다 지상에서 터질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4월 러시아 국영 TV 채널 페르비 카날 프로그램 ‘60분’이 공개한 시뮬레이션은 이에 대한 대략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러시아가 유럽 주요 도시를 핵무기 타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핵미사일 발사 200초 이내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주요 도시가 타격을 받습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알렉세이 주라블레프 러시아 두마(하원) 의원은 “사르맛(SARMAT) 미사일 하나에 영국 제도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방송 진행자는 “영국도 핵무기가 있다. 이 전쟁에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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