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밌는데” 전 세계 ‘틱톡 금지령’ 확산…왜 틱톡을 싫어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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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2018년 전 세계에 출시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15초에서 최대 10분 길이의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의 선두주자입니다. 2016년 중국에서 출시된 틱톡은 이듬해 동아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2018년 전 세계에서 이용자를 끌어모았죠. 2021년 9월에는 이용자 수 1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경쟁적으로 출시된 SNS와 플랫폼들의 숏폼 기능은 이러한 틱톡의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었죠.

그러나 틱톡의 독보적 지위는 건재합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틱톡 월 활성이용자(MAU) 수는 1억5000만 명에 달하는데요. 미국 청년층은 취미, 네트워킹부터 뉴스까지 다양한 분야에 틱톡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틱톡 금지령’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틱톡이 중국의 스파이 앱?…‘틱톡 금지법’ 발의

‘틱톡 탄압’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입니다.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2020년 8월 내린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행정명령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틱톡을 소유한 중국 빅테크 기업 바이트댄스에 현지 사업권을 미국 회사에 매각하라고 압박했죠. 개인 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가짜뉴스 확산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 논의는 미국 내 정권이 교체되며 중단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6월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했죠. 다만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틱톡 사용자 정보를 저장한 서버를 미국 IT기업이 운영·관리하게 하자는 방침을 내걸었습니다. 틱톡 측은 이를 수용해 2022년 6월 ‘프로젝트 텍사스’를 제안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미국 이용자 트래픽을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서버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치에도 불구하고 틱톡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았습니다. 틱톡이 미국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 정부에 보내는 ‘스파이 앱’이라는 거죠. 바이트댄스 직원 일부가 바이트댄스 내부 정보에 대해 보도한 기자 2명을 사찰한 일이 알려지며 여론은 악화했습니다.

결국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 위험 통제법안’ 법안이 발의돼 미국에서 퇴출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23일(현지시간)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공화당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에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틱톡 위협론’을 거론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청문회에 출석한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앞서 8일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중국 정부가 틱톡을 사용해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고, 대만을 침공할 때 짧은 형식의 비디오로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연방 기관들에 ‘30일 이내 정부 기기에서 틱톡 앱을 모두 제거하라’고 명령한 상태입니다.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틱톡 금지 반대 시위 중인 틱톡 이용자들(AP/뉴시스)
전 세계로 확산하는 ‘틱톡 금지’…‘표현의 자유’ 반발도

‘틱톡 금지’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공공 기기에서 이용 제한은 이미 몇 국가들에서 시행 중입니다. 영국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업무용 휴대기기에 틱톡 설치를 금지했는데요. 23일(현지시간) 의회도 이러한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웨일스 자치정부, 영국 공영방송 BBC도 비슷한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캐나다, 벨기에, 유럽집행위원회, 일본, 뉴질랜드, 대만 등 국가의 정부에서도 공용 휴대단말 틱톡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했습니다.

미국처럼 민간에서도 틱톡 이용을 금지하겠다고 나선 국가도 있습니다. 틱톡을 해당 국가 앱스토어에서 없애고 인터넷 사업자에게 틱톡 데이터 트래픽을 걸러내도록 하는 건데요. 앞서 인도는 이러한 방식으로 2021년 틱톡을 전국에서 임시 차단하고 2022년 해당 조치를 영구화했습니다.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는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기관에서의 틱톡 사용 금지를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나왔죠.

다만 이러한 방법이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고 언론·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반발이 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 사용층인 젊은 세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죠. 미국에서는 이미 의회 앞에서 청소년 10여 명을 포함한 인원들이 틱톡 금지 조치 반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틱톡이 주는 재미를 막지 말고 사생활 보호법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틱톡이 수집하는 개인정보가 다른 앱들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했죠. 시위에는 사업 운영과 마케팅에 틱톡이 필요한 사업자나 틱톡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댄서, 인플루언서 등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에서 틱톡을 이용하는 기업이 500만여 개에 달하는 만큼, 틱톡 자체를 차단한다면 경제적 파급도 적지 않을 전망이죠.

한국에서는 아직 적극적인 틱톡 금지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2020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틱톡에 1억8000만 원의 과징금과 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6007건 이상을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수집하고 국외로 이전해 문제가 됐습니다.

▲23일(현지시간) 열린 ‘정보통신기술 위험 통제법안’ 관련 미국 하원 청문회.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에게 질의하는 의원 뒤로 ‘치명적인 틱톡 챌린지’라는 글귀와 사회적 논란을 부른 챌린지 화면들이 보인다(AP/뉴시스)
위험천만 ‘챌린지’도 문제

개인 정보 유출 우려와 별개로 틱톡에서 유행하는 ‘챌린지’ 문제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 하원 청문회에서 캐시 카스토르 민주당 의원은 “틱톡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이윤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중독시키는 결정만을 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위험한 행위를 따라 하도록 종용하는 ‘챌린지’ 영상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사례는 많습니다. 최근 스스로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장면을 찍어 올리는 ‘블랙아웃 챌린지’가 10대 사이에 유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12세 아르헨티나 소녀가 해당 챌린지 중 목숨을 잃었고, 챌린지를 종용하던 소녀의 친구들은 영상 통화로 친구의 사망 장면을 지켜봤죠.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 폭력배의 모습을 흉내 내기 위해 얼굴 광대뼈 부위 살을 꼬집어 붉은 멍을 만드는 ‘프렌치 흉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21일(현지시간) 현지 공정거래위원회(AGCM)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죠. 미국에서는 4리터 용기에 보드카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챌린지’가 유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근처에서는 대학생들이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일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기아 보이즈’ 챌린지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습니다. 현대·기아 차량 절도 과정을 찍어 올리는 것이 챌린지 내용이었는데요. 피해 차주들이 발생한 것은 물론 도난 차량으로 난폭 운전을 한 도난범들이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종합감기 시럽에 닭고기를 재워 조리하거나, 아기를 던지는 기상천외한 챌린지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파급력이 큰 매체인 만큼 틱톡 콘텐츠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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