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75~5.00%로 결정했다. 2월에 이어 다시 베이비스텝(0.25%p 인상)을 밟은 것이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시장 일각의 희망 섞인 관측에 등을 돌린 긴축기조 선택이지만 조심스러운 기색도 역력하다. 한때 상향조정 전망이 대두되던 올해 말 금리 수준은 5.10%를 유지했다.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 세계로 번진 금융 불안에 대한 연준 책임론을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물가안정 책무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금융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외면할 수도 없는 연준의 딜레마가 여실히 드러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은행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필요시 모든 조치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에 대해선 “연내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쫓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한 셈이다. 모순적 언행이다. 차라리 ‘물가안정이냐 금융안정이냐, 그것이 문제’라는 독백으로 들린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을 통해서도 미국 은행시스템이 강건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향후 금리인상 경로와 관련해서는 ‘지속적 인상’ 문구를 삭제했다. 그 대신에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해 추가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어조를 바꿨다. 물가 대응을 앞세우던 강경기조가 완화된 것이다. 정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두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고충을 함축적으로 전하는 문맥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6~7월까지 최대 두 차례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은 이제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1.50%포인트에 달해 22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자본유출 우려 또한 커졌다. 국내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2월 소비자물가가 4.8%를 기록해 10개월 만에 5%를 밑돌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압력 등으로 수면 밑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한은법 제1조는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역시 두 토끼가 날뛰는 셈이다. 둘 중 무엇이 중요한지는 한은이 잘 알 것이다. 통화정책 문외한들도 ‘도모’와 ‘유의’라는 단어만 보고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 불안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은이 미덥고 적절한 답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