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차는 김정은, ‘디올’ 입는 김정은 딸…북한서도 명품 살 수 있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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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가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크리스챤 디올의 ‘키즈 후드 다운 재킷’(연합뉴스, 디올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16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참관 모습이 화제입니다. 김주애가 걸친 외투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제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김주애가 입은 ‘키즈 후드 다운 재킷’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1900달러(약 24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은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의문도 피어오릅니다. 디올은 북한에 입점하지 않았는데, 김 씨 일가는 어떻게 디올 재킷을 손에 넣은 걸까요.

디올·샤넬·롤렉스·벤츠…‘공산주의’ 수뇌부의 유별난 자본주의 사랑

북한 김 씨 일가의 명품 사랑은 유명합니다. ‘시계광’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히 스위스 시계 마니아로 알려졌는데요.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인민들에게 ‘재난을 이겨내자’고 역설하며 한 손에 스위스 IWC사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을 착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약 1400만 원에 달하는 제품이죠. 앞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 모바도 등의 시계를 찬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죠. 김 위원장의 컬렉션 중에는 2억 원 이상의 고가 시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품 사랑’이 시계에만 한정된 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은 영국 명품 원단 ‘스카발’로 제작된 정장을 입고 몽블랑 서류 가방을 들며, 전용 의전 차량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와 마이바흐 S62를 이용했습니다.

부인인 리설주 역시 수백만 원대의 디올 핸드백, 티파니 목걸이, 구찌나 베르사체 원피스 등 명품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습니다. 리설주의 명품 사랑은 특히 가방에 치중해 있는데요. 2012년부터 공식 석상에 종종 크리스챤 디올과 샤넬 가방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2018년 9월에는 북한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삼지연초대소 호수를 산책할 때 샤넬 가방을 든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죠.

명품을 애용하는 이들의 모습은 김 위원장의 평소 발언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는 2013년부터 수입품 선호를 ‘수입병(病)’이라 칭하며 꾸준히 수입품 배격을 인민들에게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국산품을 애용하라고 주문했죠. 북한 매체들은 이를 받들어 ‘꾸준히 수입병을 주의하라’는 논조의 사설 등을 써왔습니다. 북한 매체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과 12월에도 “신념이 박약한 사람에게서는 수입병과 같은 잡사상, 잡귀신이 싹트고 자라나게 된다”, “총비서 동지의 영도는 일군들 속에 남아 있는 수입병을 비롯한 그릇된 사상적 태도와 단호히 결별하도록 이끌어주신 데도 새겨져 있다”며 주민들에게 국산 사용을 요구했습니다.

▲평양 대성백화점 2층 고급술 매장(평화경제연구소 제공/뉴시스)
2006년부터 유엔 안보리 제재…위반 시 벌금 물기도

문제는 명품 시계·의류·액세서리 등 사치품은 대북 제재 품목이어서 원칙상 북한 반입이 불가하다는 데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자 2006년 10월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통과시켰는데요. 여기에는 유엔 회원국의 사치품 북한 수출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죠. 2013년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보석, 고급 자동차, 경주용 자동차, 요트 등을 금수 대상 사치품으로 명시했습니다. 이후 주류와 담배가 금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안보리 제재에 따라 기업들이 금수 대상으로 지정된 사치품을 북한에 판매하는 건 금지돼 있습니다.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을 강제하는 국제법은 없지만, 각 국가에 따라 위반 사안에 따른 처벌 규정이 존재하죠. 특히 미국은 대북제재에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도 대북제재를 위반해 북한에 담배를 판매한 인도 담배 회사가 벌금 33만2500달러(약 4억2600만 원)를 물었습니다. 판매 과정에서 미국 금융망을 거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죠. 이에 메르세데스-벤츠, 모바도 등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북한 수뇌부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에 판매한 기록이 없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외부 제재에도 북한의 몇몇 백화점에서는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판매 중입니다. 매체를 통해 백화점에 외국 제품이 진열돼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기도 하죠. 북한 매체가 공개한 평양제1백화점 내부에는 롤렉스·오메가·티쏘 등 고급 시계 브랜드들과 샤넬·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들의 상품들이 진열된 모습이 확인됩니다. 북한 조선신보가 지난해 공개한 평양 대성백화점 사진에도 샤넬 화장품, 다이슨 청소기 등이 진열된 모습이 담겼죠. 2022년 대북제재위원회는 전문가패널 중간 보고서를 통해 대성백화점 내에 해외 유명 위스키들이 진열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평양 대성백화점을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신문/뉴시스)
중국 거쳐 밀수…현지 소식통은 “전부 짝퉁”

북한은 주로 중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중동 국가들을 통해 사치품들을 밀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외교관과 첩보 요원을 동원해 밀수에 나선다는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 한국 BBC에 “북한이 자체적으로 밀수 또는 합법적 거래로 가장해 중국에서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 10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중간보고서는 북한의 사치품 수입 실태를 상세히 담았는데요. 북한으로 넘어간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차량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자 이탈리아 소재 자동차 판매업체인 ‘유러피언 카&모어 SRL’을 거쳐 홍콩 소재 ‘LS 로지스티카&스펜디지오니 SRL’에 팔렸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전문가패널은 LS 로지스티카 측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북한 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사치품들은 내부 고위 관료와 부유층을 겨냥해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명품이 모두 ‘짝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2월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평양백화점들이 중국에서 제조된 해외 명품 ‘짝퉁’을 대량 수입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RFA에 관련 내용을 전한 소식통은 “평양의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수입산 밍크코트에는 영어로 된 에르메스(Hermes)라는 유명상표가 붙어있지만 모두 중국에서 제조된 위조품(짝퉁)”이라고 설명했죠. 또 다른 소식통은 “요즘 당 소속 무역회사가 배정받은 단둥-신의주 화물열차 빵통(기차 화물칸)에 샤넬 상표의 가방과 향수, 주류 등이 대량 수입되고 있다”며 샤넬 등 명품 가방은 모두 중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김 씨 일가가 휘감은 명품이 밀수한 진품이든 위조품이든, ‘수입병’과 국산 애용을 강조한 이의 행색으로는 구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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