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상륙, 반쪽짜리 서비스?…잘 쓰는 법 A to Z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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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미국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페이가 드디어 도입된다는 소식에 아이폰 사용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죠. 하지만 아직은 이용 가능한 장소도, 상황도 제한적입니다. ‘물리적 카드와 현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애플페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지갑을 함께 챙겨 다녀야 할 것으로 보이죠.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어디서, 어떻게 쓸 수 있을지 확인해봤습니다.

통일보다 늦는다던 애플페이, 드디어 한국 상륙했지만…

21일 애플페이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애플페이는 스마트폰 등 애플 기기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현물 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2014년 출시 이후 70여 개 국가에서 5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죠. 카드나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애플페이의 최고 장점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비접촉식 결제에 필요한 수수료와 단말기 보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카드가 애플과 계약을 맺고 투자에 나서며 상황이 급격히 진척됐죠. 다만 앞서 불거졌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허용하며 “간편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카드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죠.

현재 애플페이와 계약을 맺은 카드사는 현대카드뿐인데요.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별도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수수료 문제로 카드사들이 애플과 계약을 맺을 유인이 감소했습니다. 결국 애플페이를 쓰기 위해 현대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삼성은 2015년 ‘삼성페이’를 도입해 국내 사용자 수 1600만여 명, 누적 결제금액 182조 원에 달하는 성과를 올렸는데요. 도입 당시 관련 수수료를 무료로 책정해 빠르게 삼성페이를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애플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아이폰, 애플 워치 등으로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뉴시스)
“애플페이 어디서?” 아이폰·현대카드·NFC 단말기 3박자 떨어져야

애플페이의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히는 건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가게가 부족하다는 건데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 개 가운데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한 단말기 보급률이 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애플페이가 삼성페이와 다른 방식의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근거리 무선 통신) 결제 방식이 모두 가능한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NFC 결제만 가능한데요. 국내에서는 카드의 마그네틱 부분을 긁어 인식하는 MST 단말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됩니다. 삼성페이는 도입 즉시 기존 단말기에서도 결제할 수 있었지만,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가게들이 새로운 단말기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죠.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단말기는 전국 주요 대형 가맹점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와 △이디야 커피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할리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커피빈 △메가커피 △빽다방 등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은 지난해부터 관련 준비를 시작해 NFC 단말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교체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애플페이 결제 가능 시기는 업체마다 달라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또 당분간 이마트24를 제외한 신세계 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 등 신세계 그룹 계열 매장에서는 애플페이가 지원되지 않을 전망이죠.

대중교통에서도 당분간은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할 예정입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이날 발표한 ‘애플페이를 가장 써보고 싶은 오프라인 가맹점은?’ 설문조사 결과 ‘일반 식당(36.9%)’에 이어 30.8%의 응답자들이 ‘대중교통’을 애플페이를 사용하고 싶은 곳으로 꼽아 2위를 기록한 만큼, 애플 이용자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애플이 보안을 이유로 애플페이 외 타사의 모바일 결제서비스에서 NFC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페이처럼 티머니를 등록해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티머니, 캐시비 등 국내 교통카드 업체와 애플이 별도 계약을 통해 애플페이 서비스 자체에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은 존재하죠. 관련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시스)
지갑 버릴 준비 된 애플 이용자들…간편결제 시장 변화 있을까

여러 요인이 애플페이 도입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에서 스마트폰 브랜드 점유율 34%(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를 차지한 데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애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기 때문이죠. 실제로 소비자들은 여러 제약 조건에도 애플페이 이용에 기대감을 보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대카드 체크카드 발급량은 1분기 대비 60%(약 6만 장)가량 급증했는데요. 올해 1월 사용 가능한 현대카드 체크카드 수는 지난해 12월 말 대비 1만 개 이상 늘었습니다. 증가율로 따져봐도 1월 체크카드 발급이 증가한 비씨카드(0.1%)와 하나카드(0.6%)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7.3%를 기록했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이러한 추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MZ 세대와 여성 소비자,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의 사업장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단말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을 대비해 단말기 변경을 알아보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말기 교체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최소 수만 원에서 최대 수십만 원에 달하는 단말기 가격이었습니다. 이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애플페이 (도입)하면 애플 쓰는 분들은 다 쓰지 않겠느냐’며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들도 보였죠. “저부터가 아이폰 유저여서 지갑 없이 다닐 생각에 설렌다”며 이미 NFC 단말기를 설치했다고 말하는 사장님들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NFC 단말기 도입을 준비 중인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도입을 고민하는 사장님들도 보였습니다.

한편 애플페이 도입 움직임에 삼성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과 업무 협약 등을 진행 중이죠. 협의가 이뤄지면 삼성페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전용 결제창이 신설되는 등 온라인 결제 시 삼성페이 이용이 편리해집니다. 여러모로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어쩌면 일상에서의 편의가 커지는 건 삼성페이 이용자들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애플페이의 도입이 애플 이용자는 물론 전체 소비자들의 삶을 얼마나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 향후 동향을 주목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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