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생존법]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 이명진 대표 “숫자로 증명해야…혹한기는 경쟁자 사라지는 시기”

입력 2023-03-19 15:06수정 2023-03-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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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다. 공격적인 투자와 전례없는 성장으로 활황을 누리던 벤처ㆍ스타트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 열기 위축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까지 가세하면서 한파가 장기화 될까 공포감마저 스며들고 있다. 지금, 이 위기를 바라보는 벤처ㆍ스타트업 대표들의 경영 철학과 파고를 뚫고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생존 전략, 엑셀러레이터(ACㆍ창업기획자)가 말하는 투자 유치 전략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성 지식을 제공하는 플랫폼 ‘자기만의 방’ 운영사 ‘아루’ 이명진 대표

“어차피 사업이라는 게 버텨야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를 버티면 임팩트는 더 커집니다. 지금의 ‘혹한기’가 그런 때라고 봅니다. 내가 버틴다면 버티지 못한 다른 경쟁자는 줄어들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19일 본지와 만난 이명진 아루 대표는 ‘스타트업 혹한기’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든,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든 어떤 이유로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버텨야 하는 때가 있고, 지금이 그러한 시기라는 것이다.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는 여성에게 성 지식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자기만의 방’을 운영한다. 월경ㆍ인유두종 바이러스(HPV)ㆍ성관계처럼 여성이 알고 싶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성 정보를 알려준다. 하반기에는 월경대·월경컵처럼 자체브랜드(PB)상품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아루가 타겟하고 있는 여성용품을 비롯해 라이프 스타일, 임신 관련 기술 등을 포함한 국내 펨테크 시장은 1조 원 규모다.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면 77조 원에 달한다.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루는 지난해 6월 퓨처플레이ㆍ소풍벤처스ㆍ이그나이트엑스엘ㆍ팁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시드 투자 유치의 핵심을 ‘우리 회사의 문제 푸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숫자’를 사용해야 하고, 투자자를 최대한 많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루가 설정한 문제는 ‘여성이 성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으로 ‘자기만의 방’을 제시했고, 해당 답변을 투자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유료 구독률ㆍ재구독률 등의 숫자를 제시했다.

그는 “투자자로부터 ‘여성이 정말로 성 지식을 원하나’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5명 중 한 명이 유료 구독 경험이 있다는 수치를 보여줬다”며 “이전에는 회사의 비전을 많이 물어봤다면 혹한기 들어서는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면밀한 지표’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회사가 설정한 문제와 푸는 방식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났을 때 설명이 수월해진다”며 “(시드 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이오’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오디션’에 참가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혹한기를 나쁘다고만 보면 안 되지만 이겨내기 위한 전략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신이 취한 전략은 ‘절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입자 수ㆍ이용자 수(MAU) 등을 단순히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에 투자받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루의 경우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PB상품 판매’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에 투자금을 넣을 경우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혹한기인 현재는 마케팅 비용은 최소화하고 주요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모델 구축이 올해 말 마무리 되면 마케팅에 눈을 돌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아껴 썼기 때문에 혹한기라고 불리는 지금에도 자금 상황이 여유로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함께 혹한기를 겪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고단하고 힘들지만 보여주자”며 “아루도 ‘여성을 자유롭게’라는 미션 아래서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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