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키운 ‘누누티비’?…불법 사이트는 왜 안 없어지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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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방송사들이 불법 웹사이트로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 한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월 접속자 수는 이미 국내 최대 수준인 넷플릭스에 육박합니다. 불법 사이트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업계는 대응에 나섰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불법 근절을 외치는 목소리에 불법 사이트 이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기승에 업계 “강력 대응” 예고

“왜 돈 내고 봐? ‘누누티비’로 공짜로 보면 돼”

누누티비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을 공개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입니다. OTT 드라마·영화를 비롯해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 등 주요 영상매체의 영상을 모조리 갈무리해 올리고 있죠. 유료 서비스를 무료 공개하는 대신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등 외국에 서버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탓에 추적이 쉽지 않죠. 도메인 주소를 지속해서 바꿔 단속을 피하기에 사이트 접근을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러한 불법 사이트가 최근 화제가 된 건 언론 등 여러 매체에서 관련 문제를 조명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누누티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현재 OTT 앱 가운데 월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넘긴 건 넷플릭스(1257만 명)가 유일합니다. 국내 OTT 가운데 최대 규모인 티빙(515만 명)과 그다음 가는 쿠팡플레이(439만 명)를 합쳐도 불법 사이트 이용자 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죠.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 업계는 관련 사안을 보도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MBC, KBS, CJ ENM, JTBC 등 방송사,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OTT 플랫폼 웨이브와 티빙 등은 8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누누티비가 국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만큼, 해외 저작권자까지 포괄하는 범 영상산업 협의체를 통해 영상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50여 개 주요 저작권사들로 구성된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와도 협력할 전망인데요. 9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관련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3일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영상콘텐츠·OTT 간담회(문화체육관광부 제공/뉴시스)
이용자 오히려 급증…스트라이샌드가 이랬나

그런데 업계의 강력 대응이 오히려 불법 사이트를 홍보해주는 양상입니다. 뉴스 보도가 오히려 ‘유료 OTT에 공개된 작품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주고 있다는 건데요. ‘스트라이샌드 효과’의 전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온라인상에서 어떤 정보를 감추거나 삭제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정보가 확산하는 역효과를 말합니다. 명칭의 유래는 미국 유명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트라이샌드는 2002년 사진작가 케네스 아델만이 항공 촬영한 해안 침식 사진에서 본인의 저택이 찍혔다며 사진 삭제를 요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 때까지만 해도 해당 사진의 다운로드 횟수는 6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소송 사실이 뉴스 보도된 후 약 한 달 만에 조회 수가 42만 회로 늘었죠. 사진을 없애달라는 소송으로 사진이 유명해진 셈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누누티비’에도 작용했습니다. 2월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사이트의 구체적인 이름이 알려졌는데,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구글 인기 검색어 1위와 3위는 각각 ‘누누’와 ‘누누 티비’가 차지했습니다. 1년 새 ‘noonootv’, ‘누누 tv’, ‘누누 티비’ 등 관련 검색어 검색량은 각 1500%, 1000%, 800% 급등했죠. 관련 영상 등에는 “알려줘서 고맙다”, “저런 사이트 존재하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영상 보고 회원 가입했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최근에는 ‘피지컬: 100’, ‘더 글로리’, ‘나는 신이다’ 등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잇달아 흥행해 이들을 무료로 보기 위한 네티즌들의 불법 사이트 접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부 공개 후 입소문을 타며 큰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2부가 공개된 3월 10일에는 관련한 구글 검색량이 전일 대비 190% 이상 치솟았습니다.

▲‘누누티비’가 불법 스트리밍 중인 OTT 유료 콘텐츠들(‘누누티비’ 캡처/뉴시스)
유료 OTT는 비싸고 불편해서 안 쓴다는 이들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OTT 서비스 구독료는 오르는 데, 여러 OTT 서비스들로 보고 싶은 드라마·영화가 분산돼 모든 OTT를 결제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불법 이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OTT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유료 OTT 서비스 이용 행태 분석: 다중구독 및 계정 공유 행태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의 60.7%가 2개 이상의 유료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3개 이상 이용자도 30.7%에 달했고, 많게는 OTT 플랫폼을 6개까지 이용하는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구독하는 OTT 개수를 줄인 소비자의 68.4%는 ‘이용 요금이 부담되어서’ 구독 플랫폼을 줄였다고 응답했는데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세 가지를 구독하면 ‘4인팟’을 꾸려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한다고 해도 매월 1만2715원을 지출해야 합니다. 계정 공유 파티를 구하지 못했다면 매월 3만5890원을 OTT 구독에 쏟아야 하죠. 애초 ‘영화관 한 번 갈 돈으로 마음껏 영화를 본다’는 취지로 주목받았던 OTT 서비스인데, 그 의미가 퇴색될만한 비용입니다.

기존 OTT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네티즌들도 보입니다.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어떤 OTT에 있는지 찾기 불편한데, 불법 사이트는 모든 걸 한데 모아 제공한다’는 의견과 ‘OTT 플랫폼에서 찾을 수 없는 옛날 영화나 번역 자막이 없는 외국 작품을 감상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선 KISDI 연구에서 다중구독자의 58.4%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다수의 유료 OTT 서비스를 찾아다니며, 검색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한 상황이죠.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OTT 업계는 최근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 도입에 이어 계정 공유 유료화 도입을 검토하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죠. 전문가들은 수익 유지를 위해서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정작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투자해야 할 수익이 불법 사이트로 줄어드는 상황에 OTT 플랫폼들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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