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칼바람 뒤에서 웃는 빅테크 기업들?…‘주가’가 말해주는 진짜 감원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15 15:59수정 2023-03-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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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Meta)가 감원 넉 달만에 추가 해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의 13% 수준인 1만1000명 해고를 발표한 데 이어 1만 명을 추가로 해고하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빅테크 기업 가운데 1년도 안 돼 두 차례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건 메타가 처음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감원의 출발선을 메타가 끊었을 뿐, 빅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한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원을 감축해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IT 기업들의 인원 감축은 오히려 주식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경영난에 단행한 구조조정이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IT 기업들 줄해고…29만 명 감원

지난해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감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15일 로이터통신은 IT 기업 해고 현황 추적 사이트 통계를 인용해 테크 기업들이 2022년부터 29만 명 이상을 감원 중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지난해에만 13만8000여 명이 IT기업에서 정리해고됐습니다.

인 원감축의 선두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있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월 1만2000여 개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도 1월 1만8000여 개 일자리를 감원할 것으로 예고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3분기 말까지 1만 개의 일자리를 삭감할 예정입니다. 애플은 빅테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인원 감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예산을 감축하고 엔지니어 이외 대부분 부서에서 채용을 동결하고 있습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대부분 감원 중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트위터인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전체 인력의 50% 감원을 단행했습니다. 이어 총 8차례의 감원을 발표해 7500명 수준이었던 직원 수는 2000명까지 줄어든 상태죠.

이러한 감원 기조는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는데, 올해 들어 정점을 찍었습니다. 미국의 인적자원 관리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보고서에 따르면 1월과 2월 미국 기업의 정리 해고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5배 이상 뛴 수치로, 인원 감축의 3분의 1 이상이 기술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감원에 돌입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HP는 2025년 회계연도 말까지 최대 6000개의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텔 또한 비용 30억 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 전망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비용 절감 계획 가운데 ‘인적 행동’이 포함돼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인원 감축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빅테크 기업들(AP/뉴시스)
코로나 19가 키운 빅테크 기업들

최근 테크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건 코로나 19 팬데믹 동안 커진 몸집을 되돌리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팬데믹 동안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온라인과 정보 통신 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요. 이에 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고, 테크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재 채용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사실상 엔데믹에 접어들며 이들 기업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1월 9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만1000명의 해고 사실을 알리며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은 이러한 테크 기업들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저커버그 CEO는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세계는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전자 상거래의 급증은 엄청난 수익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많은 사람은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이러한 경향이 영구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 역시 그랬기에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불행하게도 내가 기대했던 방식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거시 경제 침체, 경쟁 심화, 광고 신호 손실로 인해 우리 수익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다. 내가 틀렸다”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이에 테크 기업들이 팬데믹 시기와 같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저커버그 CEO 또한 “새로운 경제 현실이 수년 동안 계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리해고 환영하는 투자자들…경제 침체는 좋은 명분?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주가 안정을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인력 감축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기업이 내민 카드라는 건데요. 팬데믹 상황의 종료와 함께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여 왔습니다. 지난해 3분기 빅테크 기업들은 어닝쇼크로 1년 만에 시가 총액이 4000조 가까이 증발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죠. 한때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넘겼던 메타와 아마존은 나란히 ‘1조 클럽’에서 이름을 내려야 했습니다. 지난해 메타는 시가 총액이 7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14일(현지시간) 메타가 대규모 2차 감원을 발표한 직후 주가는 약 6% 급등해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큰 주가 상승 폭을 보였는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외신은 메타가 수천 명의 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라 주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한 후인 지난해 4분기에 후 실적 전망이 개선되며 주가가 18%가량 상승해, 감원은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게 검증된 상황이었죠. 이와 관련해 미국 자산운용업체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제임스 티어니 최고투자책임자(COI)는 “많은 기업이 발표하는 정리 해고는 투자자들에게 환영받는 일”이라며 “비용 구조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성장을 합리화하는 일이 시장에서 보상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침체는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할 ‘좋은 핑계’가 되어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타임지는 “경기 침체는 기술 CEO들이 감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준비된 시나리오를 제공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감원을 진행할 명분을 제공해주는 셈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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