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옅어진다…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vs ‘무인양품’ 진검승부

입력 2023-03-19 14:10수정 2023-03-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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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무인양품)

아사히·삿포로 등 일본 맥주와 렉서스·도요타도 잘 팔린다. 극장가에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귀멸의 칼날: 상현 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등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박스 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반일감정이 희미해지며 일본계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과 노재팬 당시 가파르게 덩치를 불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가 진검 승부에 나선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1378억 원이던 무인양품 매출은 2019년 1243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기간 76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71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하며 타격을 입었다. 실적부진 이유는 노재팬 운동 여파다. 이 회사는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무인양품 브랜드 영업부문을 떼 설립된 브랜드로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리빙인테리어 용품 수요가 늘었고, 반일 감정이 차츰 수그러들면서 반등했다. 회계상 사업연도를 변경한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간 매출은 1147억 원이었지만, 다음 사업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에는 1240억 원으로 8.1% 늘었다. 영업손실도 45억 원에서 42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실제 노재팬 타격을 입었던 관련 업체들이 부활하는 분위기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의하면 1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0만 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314.9% 급증하며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434만 달러) 이후 3년 6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1년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액도 704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9% 증가했다. 또 2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는 렉서스와 토요타가 1344대와 695대로 지난해 동월대비 각각 183%, 149% 상승했다.

무인양품은 최근 마케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점에 베이커리인 밀도를 숍인숍으로 입점시켰고, 강남점과 타임스퀘어점, 잠실 롯데월드점, 동탄점에는 식음료를 파는 카페(EAT-IN)를 갖춰 라이프스타일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간편식을 출시했고, 작년 말에는 국내산 배추로 제조한 캔김치 2종도 내놨다. 이어 올해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생산하는 음료 소다 시리즈 5종도 선보였다.

라이벌인 자주가 강점으로 내세운 패션에도 힘을 주고 있다. 무인양품은 1월 친환경 섬유 ‘케이폭(Kapok)’으로 만든 옥스포드 긴소매 셔츠, 데님 원 턱 팬츠 등 의류를 선보였고, 2월엔 ‘걷고 싶어지는 옷’을 테마로 한 무지워커(MUJI Walker) 시리즈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무지워커 시리즈는 야외 활동에 적합하도록 자외선 차단, 발수 기능과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한 윈드브레이커와 발수 팬츠 등이다.

무인양품은 친환경 이미지도 강화한다. 지난달부터 롯데월드몰점 ‘오픈 MUJI’에서 김지선 작가의 ‘온, 溫, On’ 전시를 개최해 무인양품의 친환경 철학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최근 엔데믹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면서 오프라인 방문 고객이 부쩍 늘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흑자를 예상하며 고객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주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도 무인양품과의 진검 승부에 대비하고 있다. 자주는 무인양품이 노재팬 운동으로 주춤한 사이 반사익을 톡톡히 누린 업체로 꼽힌다. 2017년 자주의 매장 수는 160개였지만, 지난해 258개로 대폭 늘며 5년 만에 점포 수가 약 61% 증가했다. 2019년까지 매해 10개 내외로 점포 수를 늘리던 자주는 2020년에만 41개 늘었고, 이듬해에도 24개 더 생겼다.

자주는 우선 취급 카테고리를 웰니스 라인으로 확대했다. 기존 인테리어 및 주방용품, 패션에 더해 지난해 9월 비건 뷰티 제품부터 친환경 생활용품, 퍼스널케어용품 등을 선보이는 웰니스 라인을 론칭했다. 이어 11월엔 부천에 웰니스와 패션에 특화된 복합매장을 열었다. ‘자주 부천시청점’은 276㎡(약 83평) 규모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웰니스 종합쇼핑 공간을 표방한다. 또 노라인 언더웨어나 파자마, 발열내의 등 언더웨어 상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협업도 활발하다. 올해 2월 뉴욕의 유명 아티스트 ‘커티스 쿨릭(Curtis Kulig)’과 함께 러브(love) 컬렉션을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힘을 줬다. 커티스 쿨릭은 뉴욕을 대표하는 젊은 아티스트로 2005년부터 대표작 ‘love me’를 통해 전 세계에 희망, 긍정,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직접 쓴 감각적인 형태의 ‘love’ 글자와 하트 모양이 대표 디자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제품을 사용해본 이들이 충성고객이 돼 다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재팬 운동 때 무인양품이 주춤한 사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가 급속하게 덩치를 불렸다”면서 “올해는 노재팬 운동이 약화되면서 지체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진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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