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남북전쟁 후 일본으로 온 미국 대위…‘라스트 사무라이’

입력 2023-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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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일본 메이지 유신의 선봉 세력은 사무라이였고, 그 반대에서 극렬하게 저항했던 무리도 사무라이였다. 막부 말엽에 있었던 일이다. 일거리가 없어져 가난했던 한 사무라이가 있었다. 하루는 사무라이의 아들이 시장 가게에 있는 떡을 훔쳐 먹었다고 가게 주인이 떡값을 물어내라고 하였다. 그는 아들의 결백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의 배를 갈라 위와 장에 떡이 없음을 보여주고 자신은 할복을 한다. 무엇을 위한 ‘명예’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위신이 깎아내려지거나 전쟁에 나가 패배했을 때도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무라이는 의례 ‘무사’라는 뜻과 동일어이지만 원래 뜻은 ‘섬기는 사람’이라 한다.

19세기 중엽 일본도 우리와 같이 외세로부터 개항을 강요받는다. 개항을 하고 개혁을 지향하는 쪽과 막부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외세에 대항하는 편으로 나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이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가 열리면서 상대적 안정기를 보냈던 일본은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도쿠가와 가문과 오랜 역사적 반목을 하고 있던 조슈번 세력은 ‘존왕양이(尊王攘夷)’를 명분으로 사무라이 세력을 규합한다. 바야흐로 진보와 보수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는 이쯤에서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인디언과의 전투도 마무리되어 갈 무렵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는 심한 허탈감과 인디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술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온다. 일본 천황을 보필하는 군대를 훈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태평양을 건너간 그를 기다리는 건 천황과 대립하고 있는 사무라이 가쓰모토(와타나베 켄)였다. 알그렌은 가쓰모토에게 포로로 잡히게 되고 그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정신’을 조금씩 이해하고 둘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일본의 근대사를 보면 혼슈의 야마구치현 조슈번 사무라이는 메이지유신을 실제로 이끌었고 ‘정한론’ 이념을 세웠으며 일본을 서양처럼 개화하여 미국, 영국이 했던 것처럼 여타 아시아 국가를 식민지로 만들고자 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린 집단이다. 영화완 다르게 오히려 천황을 옹립하여 일본을 대륙으로 진출시키고 개혁코자 했던 세력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무라이는 막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과 대립하였다. 헐리우드 영화 시스템은 일본 역사마저 바꿔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만듦새는 훌륭했다. 일본에선 10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뽕’처럼 보이는 이 영화가 우리에겐 한반도 침략세력의 원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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