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황색 저널리즘인가, 불편한 진실인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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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뉴시스)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네 명의 사이비 교주와 종교의 피해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건 1~3회에 걸쳐 다룬 기독교복음선교회(JMS)와 이곳의 교주 정명석 관련 내용인데요. 적나라하게 성폭력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많은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사건 자체의 끔찍함과는 별개로, 다큐멘터리가 사건을 조명하는 방식에 반기를 든 시청자들도 있었죠. 이에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민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골적 묘사 황색 언론과 다를 바 없어”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의 폭로로 시작하는 ‘나는 신이다’는 성착취 장면의 연속입니다. 녹취록에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정명석의 발언들과 울먹이며 싫어하는 메이플의 반응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이후로도 정명석의 노골적인 성추행 음성과 성폭력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영상이 여럿 등장합니다. 남녀의 성기를 지칭하거나, 성폭력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표현도 가감 없이 사용되죠. 일부 시청자들은 이러한 장면들에 반감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피해 여성들이 나체로 욕실에서 정명석을 부르는 영상은 초반 14초에 걸쳐 길게 등장하고,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삽입됐는데요. 얼굴과 주요 부위 등은 모자이크했지만, 피해자의 맨몸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 제작진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 영상 시작에 앞서 ‘본 영상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장면을 포함한 사실적인 성적 학대 묘사가 있으며, 이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등장하죠. 그러나 여전히 불쾌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모두 드러낸 메이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발과 별개로 다큐멘터리가 큰 화제가 되며 사안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기 때문인데요. JMS 피해자 모임 엑소더스의 전(前) 대표 김도형 단국대학교 교수는 메이플의 고향인 홍콩에서도 JMS 사태가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홍콩 야후 검색어 1위에 메이플의 이름이 올랐고, 그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심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죠. 일부 네티즌들은 다큐멘터리 방영 전부터 그에게 미행과 감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연출자 조성현 MBC PD(출처=‘MBC 라디오 시사’ 유튜브 캡처)
“누군가에게 있었던 실제 사건임을 알아야”

반면 제작진은 피해 사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7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반사회적인 행동을 친사회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기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저희 팀 사람들이 촬영을 한번 갔다 오면 정신적 충격으로 일주일 동안 앓아눕기도 했다”며 불쾌함을 말하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는데요. 그러면서도 “그에 앞서서 이것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어느 집 딸에게 벌어졌던 피해 사실이라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실제 수위의 10분의 1 정도밖에 다루지 못한 내용이라고 부연했죠.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룬 내용 이상으로 심각한 성적 착취와 학대가 존재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또 피해자들도 사건 공개에 적극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조 PD는 “피해자분들하고 방송 나간 뒤에 전화 통화 하면 ‘왜 그런 이야기들은 담지 않았느냐’고 아쉬움을 표시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성폭력 사건과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피해자가 성 착취에 빠져드는 메커니즘을 알리고, 추가적인 피해자를 방지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다큐멘터리가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이들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택한 게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죠.

이와 관련해 자신도 어릴 적 종교 관련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조 PD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영상에 나오는 출연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뻔했던 끔찍한 짓에서 여럿 살리셨다”며 지지를 표했습니다.

▲(대검찰청 제공/연합뉴스)
사건 해결과 피해자 구제 위해 바람직한 방향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다만 성폭력에 대한 연출과 재연 장면이 자극적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를 표하는데요. 한국기자협회가 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등은 성폭력과 성희롱 범죄 보도에 관한 기준과 실천요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보도의 초점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두고,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여기게 하거나 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가십성 보도가 이뤄지지 않게 해야 하죠. 시청자들의 비판은 이러한 윤리적 판단 지침과 맞닿아 있습니다. 빈번한 성폭력 재연이 사실을 드러내는데 필수적이었는지, 2차 피해의 여지는 없는지 고민해보게 만드는 대목이죠.

다큐멘터리의 방점이 성폭력 사실에 대한 단순 고발에 있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신이다’는 범죄 사실 자체에 대해 다루고 있을 뿐, 사이비 종교와 성 착취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비판이죠. 한국기자협회의 보도 권고 기준은 언론이 사회적 안전망 부재, 범죄 예방 체제 미비 등 성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정명석의 성 착취 사실과 JMS의 득세 등 가해자와 사이비 종교의 성 착취 구조를 조명하는 것이 근본을 짚는 방법이라는 네티즌들의 비판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아쉬움과 별개로 ‘나는 신이다’는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에서 대한민국 톱(TOP) 1위 콘텐츠에 올랐죠. 이원석 검찰총장은 6일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며 구속기소된 정명석 씨 사건 공판과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용기와 제작진들의 헌신이 더욱 빛날 방법은 무엇일지 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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