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외신 “미국 동맹국 간 오랜 갈등관계 봉합되나”

입력 2023-03-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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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 주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한일관계 갈등 봉합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틀어진 한일 관계를 아시아·태평양 연합의 약한 고리로 주시해왔다”며 “지난주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위해 보여온 최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일본 식민통치 잔재로 인한 한일 갈등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경제적 도전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해 왔다”며 “한일 화해로 이어진다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 간 협력을 증진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키울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군사정보 공유와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서 동맹국들이 더욱 밀착하길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한국에 반입한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고 본 대전고등법원의 최근 판결도 한일 관계가 진전 중인 징후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작년 핵 교리를 고도화하고 역대 최다인 70여 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 한일관계 긴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며 북한·중국 등 외부 위협이 한일 간 관계 복원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이어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야권은 이번 발표를 ‘외교적 항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이러한 반발은 한국이 보수와 진보로 분열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징용과 일본군 위안소에 강제 동원된 여성들과 관련한 의견충돌은 (미국의) 두 동맹국 간 관계를 오랜 기간 괴롭혔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 관계 회복을 추진해왔다”며 “이번 제안은 일본 측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정부가 일본에 굴복했다는 피해자와 야권의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동북아시아 동맹국인 두 나라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일본의 한국 강점으로부터 이어진 분쟁으로 갈등을 겪어왔다”며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커지는 위협과 다른 문제들에 더 잘 맞서기 위해 두 나라에 분쟁 해소를 압박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를 두고 “수년간 아시아권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렵게 했던 분쟁이 해소로 가는 획기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며 일본의 반응에 집중했다.

벤저민 엥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AFP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이제 무엇을 하느냐에 이번 해법 발표의 관건이 달렸다”며 “최소한 일본이 사과를 하고, 한국 대법원에서 인정한 두 일본(전범) 기업들도 피해 복구 기부금을 대는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한국 국민이 갈등 해소 방안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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