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스마트 팜, 푸드테크, 챗 GPT’ 시대의 한국 농업

입력 2023-03-0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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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얼마 전 퇴직한 농림공직자 모임인 ‘농우회’ 총회가 열렸다. 나이 아흔이 넘은 선배들도 출석했고 최근 퇴직한 후배들 참여도 높았다. 정치권 이슈도 논의되었지만 최근 대두된 ‘스마트 팜’이나 ‘푸드테크’(Food-tech) 등 새로운 농업 과제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잘 알지도 못하겠고”, “고령화된 농촌현장에서 제대로 적응하겠느냐”는 우려도 많았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챗 지피티’(Chat GPT)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른다.

농기계회사 대표의 CES 기조연설

6·25 전쟁을 몸소 겪었고, 농업 근대화로 먹거리를 해결하였던 선배들의 진심이 담긴 충고는 소중하다. 선배들이 강조하는 식량 안보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룟값 상승, 물가 인상 등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북한의 안보 위협도 나날이 증대되는 현 상황에서 먹거리 확보는 가장 핵심적 국가 임무이다. 다른 한편에서 디지털 농업, 데이터 농업, 정밀 농업, 스마트 팜 등 기술변화도 엄청나다. 여기에 이른바 ‘세대 간 고민’이 있다. 구세대와 신세대가 현장과 정책을 보는 인식에 많은 차이가 있다. 인식 차이를 극복하고 국가발전에 동참시키는 것도 큰 과제이다. 농우회장으로 취임한 필자에게 여러 가지 건의가 많았고 어깨가 무거웠다.

농업 기술발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제품 전시회(CES 2023)에서 실시한 존 메이(John May)의 기조연설이 화제다. 잘 알려진 존 디어(John Deere) 농기계회사의 대표 연설이라 필자도 몇 번 되풀이해서 들었다.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며 인류 역사에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강조한 연설이었다.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 전시 행사에서 농기계 회사 대표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56년 행사 역사상 처음이다. 농업 관련 기술 산업인 ‘애그태크’(Ag-tech)산업이 세상을 변화시켜 농업과 비농업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미 트랙터 등 농업 관련 기술은 건설현장에 적용된다. 무인 자율 주행 트랙터, 잡초와 농작물 구별 기술, 종자의 정확한 투입 기술 등 정밀 농업기술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 블러(Big blur)시대의 선두에 식품 관련 ‘푸드테크’ 기술이 자리 잡는다. 인근 음식점 매장에서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로 주문하고 배달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장면을 주변에서 쉽게 본다.

눈부신 농업기술의 발달과 대조적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도 많고 넘어야 할 고비가 험난하다. 첫째, 221만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7% 정도로 고령화된 농촌 현실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젊은 비농업인 중심의 스마트 팜 운영에 비판이 많다. 농업 부문 부가가치를 비농업 종사자가 가져가는 데 대한 불만도 증대된다. 스마트 팜에 농업인 참여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과 유류가격 상승도 당면한 애로이다. 1년 사이에 3배나 오른 전기요금을 두고 걱정이 많다. 문재인 정부 비난을 넘어 시급히 농촌의 근본적인 에너지 비용 절감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 팜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나 진입장벽도 너무 많다.

세대간 융복합 통한 미래 도약을

둘째,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집중적 투자 지원을 해야 한다. 스마트 팜 분야의 우리 기술 수준은 아직 뒤떨어져 있다. 유럽연합(EU) 기술 수준을 100으로 보면 우리 기술 수준은 70 정도로 4년의 기술격차가 난다. 미국은 92, 일본은 72 수준이다. 기술개발에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기술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성과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31조 원 규모에 이르는 국가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효과성에 의문을 가진다. 1조 3000억 원에 불과한 농업부문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술개발은 농산물 수출과 직결되고 농산업 영역을 크게 확산한다. 디지털기술, 인공 지능(AI), 로봇, 무인화 등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농업 분야 수출증대로 이어진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122억 달러 수준이다. 먹는 농산물과 식품뿐만 아니라 농기계, 자재, 스마트 팜 등도 유망한 수출 영역이다. 스마트팜이 여러 나라로부터 수출 러브콜을 받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서도 5600만 달러의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부다비의 도시 한복판 수직농장에서 콜라비나 양상추를 재배한다. 조만간 중동에서 재배된 딸기를 맛볼 것이다. 동물용 의약품, 반려동물 식품, 한약재나 신 소재 등도 유망하다. 애그테크 분야가 유망한 이유는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2012년 31억 달러에 불과한 애그테크 분야의 자본은 10년 후인 2021년에 517억 달러로 크게 증가됐다.

셋째, 과거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노하우를 잘 살려야 한다. 중동 시장이 다시 떠오른다. 25억 이슬람권 인구가 가지는 경제적 위력을 실감한다. 과거 아랍에미리트(UAE)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전력 고위관계자로부터 UAE 원전 수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중동 시장 거점 마련은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됐다. 2015년 UAE에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aT) 중동 지사를 설립해 이슬람권 식품시장의 정보수집, 박람회 개최, 한국 식품 홍보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스마트 팜, 푸드 테크, 챗 지피티 시대에도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간다. ‘세대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해야 하는 것을 농업 분야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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