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AI가 도시설계에 적용될 수 있다고? (1)

입력 2023-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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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설계는 다양한 분야와 영역을 결합하여 도시공간을 설계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많은 도시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도시문제들은 점점 더 사악해지고 있기에 해결방안을 도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의 행동과 인식이 과거와는 매우 다른 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도시 데이터들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엑셀이나 통계 등을 통해 공간분석 제시, 예상 및 가정 평가, 추정 및 예측을 하기도 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하여 지리정보를 데이터와 통합하여 표, 그래프 지도로 변환하여 수집, 관리 분석하고, 컴퓨터 지원 설계(CAD)나 3차원 그래픽 도구를 활용하여 이미지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GIS 데이터·CAD 이어 인공지능 활용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으로서 도시설계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활용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사키(SASAKI)나 KPF 등 세계적인 도시설계 민간기업들은 AI와 기계학습(ML, Machine Learning)을 사용하여 현장과 상황적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모호함과 리스크까지도 없애려는 새로운 혁신을 통해 도시설계 과정에 변화를 일으키고, 매우 기술적이고 프로그래밍이 많이 포함된 업무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도 접근하기 쉽게 하기도 합니다. 도시설계가들에게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및 AI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 발전과 연계한 도시설계의 발전을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AI 발전을 더욱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오픈AI의 챗(Chat)GPT이며, 이에 대한 장단점과 특히 학생들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논쟁 등이 있습니다. AI란 쉽게 말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여 작업을 수행하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자체 성능을 반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가진 지능, 즉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2016년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두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지만, 이 과정 중 2차전에서의 인간의 수를 뛰어넘은 알파고의 창의적인 37수와 기계를 뛰어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라고 평가받고 있는 이세돌의 4차전 78수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해 도시 및 건축 분야에서 AI와 관련된 커다란 혁신이 나타났는데, 두 명의 중국 건축가가 AI를 도시설계 및 건축설계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엑스쿨(Xkool)을, 노르웨이에서는 건축가, 컴퓨터 엔지니어 및 재무 분석가 3명이 스페이스메이커(Spacemaker) AI를 설립하였습니다. 특히 스페이스메이커는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 적용돼, 도시 블록 전체에 걸쳐 100개에 이르는 기준 중 용도지역, 조망, 일광, 소음, 바람, 도로, 교통, 열섬, 주차 등을 분석할 수 있고, 그 효용성을 인정받았는지 2020년 오토데스크가 2억4000만 달러에 회사를 인수하였습니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AI 단어만 들어가면 사람들의 신뢰가 급상승하는 예상치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든지, 인간보다 모든 일을 잘할 것이라든지,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신할 것이라는 등의 전망이 나오고 있고 챗GPT 관련 논란을 살펴보면 AI의 잠재성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사회 변화와 기술적 변화는 인간의 적응 속도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부지불식간에 도시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혁신적 발전에 기초한 급속한 디지털화는 도시 생활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지만, AI 또한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는 도구이기는 하나 ‘기술의 덫’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도 주지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의 보편화는 기존 노동 인구의 감소와 운전사, 소매업 종사자, 콜센터 종사자, 보험 및 회계회사 등의 실직 우려 등 두려움을 발생시킵니다.

AI와 인간의 협업 가능성 등 쟁점 산재

도시설계가들은 그동안 도시의 느린 변화와 유사하게 급격한 변화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에 기초한 설계작업 과정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편인데, 도시환경의 복잡성으로 인해 좀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 속에서, 향후 AI를 설계작업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지를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시설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AI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하며 이에 익숙해지고 이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시설계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도태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설계 과정 속에서 AI와 인간의 상호협업 가능성이 있는지, 과정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인 AI가 내놓은 설계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등등 쟁점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시를 설계하면서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면 비생산적인 노동의 간소화를 통한 전문가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시민 편의를 증진시키는 대안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기에,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써 AI가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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