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왜 한국만 비싼가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24 15:31수정 2023-02-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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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세게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100여 곳의 저소득 국가에서 월 구독료를 최대 50% 인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와 아시아와 유럽의 일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죠.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멕시코, 브라질 등과 함께 이번 정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넷플릭스 시장에서는 구독료가 유지되거나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복되는 ‘한국 제외’에 한국 소비자들은 심기가 불편한 상황입니다.

물가 차이는 이해하지만…계정 공유 유료화 전망에 빈축

넷플릭스의 이번 정책에서 한국이 제외된 게 예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구독료 인하 대상인 곳들은 대개 구독자가 거의 없는 국가들이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요금제 금액 차이가 크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습니다. 튀르키예에서는 프리미엄 계정이 한국의 약 39% 수준인 5.05달러(약 6600원)입니다. 1인 부담은 월 1600원으로 한국의 현재 요금 기준 39% 수준이죠.

다만 물가 수준이 반영된 결과임을 참작해야 합니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의 최저임금 기준 한 달 월급은 58만 원인데요. 이마저도 최근의 가파른 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해 지난해 7월 대비 55% 오른 금액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약 201만 원입니다. 튀르키예의 물가가 한국의 29%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한국에서 넷플릭스 요금제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계정 공유 금지를 발표한 상황이어서 사람들의 반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23년 상반기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의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르면 3월부터 가족 구성원이 아닌 이용자와의 계정 공유가 금지될 전망입니다. 계정 공유는 한 사람당 3000~4000원가량의 추가 요금을 내고 최대 2명까지 추가할 수 있게 바꿀 전망인데요. 이렇게 되면 이용 요금은 거의 배로 오릅니다. 현재 최대 4인이 공유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는 1인당 4250원에 이용할 수 있는데, 요금이 최소 8000원까지 오르는 거죠.

▲대한민국,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에서 이용할 수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족 요금제(출처=유튜브 고객센터 캡처)
한국 유튜브 프리미엄, 미국·일본보다도 비싸다

유튜브도 소비자 질책을 받고 있습니다. 구글은 광고 없이 영상 시청이 가능한 구독 요금제인 ‘유튜브 프리미엄’ 관련 가격 정책을 국가별 물가나 소득 수준, 세금 등 현지 상황에 따라 국가마다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월 1만450원에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이 가능합니다.

유튜브는 약간의 돈을 추가로 내면 최대 5명이 계정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가족 요금제’ 적용 대상 국가에서 쏙 빠졌죠. 해당 제도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등 5개 국가에 불가합니다. 나머지 국가들과 한국의 공통점도 딱히 없어 보입니다.

특히 유튜브 프리미엄은 가족 공유제를 적용하면 금액 크게 낮아져 ‘한국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물가나 경제 수준이 비슷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보더라도 한국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비싼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죠. 이들 국가는 모두 가족 프리미엄 요금제가 도입됐습니다. 미국은 일반 프리미엄 요금제가 11.99달러(약 1만5600원)로 한국보다 5000원 가까이 비싸지만, 가족 요금제(약 2만3000원)를 5명이 함께 사용하면 4600원 수준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미국 소비자보다도 약 2.2배 비싼 금액을 내야 하는 셈이죠.

지난해 10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통신소비자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가족 요금제 제공을 촉구하며 “유튜브가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유튜브가)한국 소비자만 홀대하고 불편한 소비환경을 초래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죠. 하지만 유튜브 측은 “가족 요금제도 국가별 상황에 따라 출시 여부가 결정, 업데이트되고 있다”며 한국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AP/뉴시스)
“아르헨티나로 이민 갑니다”…높은 금액에 편법 기승

소비자들은 이용 요금을 절약하는 각종 꼼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IT기업에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됐던 점을 언급하며 “편법에 편법으로 대응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는데요. 다만 해당 의혹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에 따라 성실하게 납부 중”이라고 대답한 상황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주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국적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도,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등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IP를 변경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결제하는 건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유튜브 망명’, ‘넷플릭스 이민’ 등의 키워드로 IP 변경법을 공유하는 누리꾼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유튜브·넷플릭스의 유료 서비스 이용 약관 위반에 해당합니다. VPN을 이용해 우회 결제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계정 자체가 정지될 수도 있죠. 실제로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관련 계정 단속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에도 넷플릭스 우회 결제 계정들이 한 차례 휩쓸려 나갔는데요. 일각에서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앞두고 정비에 나선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에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용료 차액 요구나 계정 제재를 할 수는 있으나, VPN을 우회하는 수억 명을 일관되게 제재할 수 있겠냐”며 “17배 차이 나는 국가별 이용료에 대한 합리적 이유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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